이웃집 강아지 발로 차고 ‘긴급피난’ 주장한 70대 남성 벌금형

입력 2016-01-27 14:35
“개가 이빨을 드러낸 채 짖으며 저한테 달려들었습니다. 개를 걷어 찬 건 위급상황을 면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 합니다”

A씨(73)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아랫집에서 키우던 애완견 ‘포메라니안’을 발로 걷어찼다. 강아지가 자신을 향해 짖었다는 게 이유였다. 코 주변이 찢어진 강아지의 치료비만 140만원이 나왔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7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벌금이 부당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긴급피난에 해당 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2조는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는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A씨의 상황은 ‘긴급피난’에 해당할까. 그의 주장은 뜻밖의 대목에서 무너졌다. 강아지가 그를 향해 달려들기는커녕 제대로 뛸 수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강아지는 양쪽 뒷다리 무릎뼈(슬개골) 장애를 앓고 있었다. 포메라니안 종에 흔한 증상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홍득관 판사는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홍 판사는 “당시 강아지의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동은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