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소녀 아버지 첫 공판 "쓰레기통 뒤져 밥알 찾는 딸 향한 폭력 인정"

입력 2016-01-27 15:23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될 것을 우려해 감금한 11살 딸을 폭행하고 밥을 굶기는 등 장기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아버지와 계모 및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 등 3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7일 오전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신상렬) 심리로 322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해아동 A양(11)의 아버지 B씨(32·무직) 측 변호인은 “피고인 3명 모두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를 비롯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거녀 C씨(35·노래방 도우미)와 C씨의 친구 D씨(34·여·부직)는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A양에게 밥을 주지 않고, 배가 고파 쓰레기를 뒤져 밥알을 먹자 3~4일 동안 벽을 보게 한 채 벌을 주고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학대를 가하는 등 굶주림과 체벌이 지속되면서 키 127㎝의 소녀가 체중 16㎏ 수준으로 왜소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0월쯤 A양이 쓰레기통의 음식을 먹었다며 B씨가 엉덩이를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리자 D씨가 주먹과 발로 넘어져 있는 A양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아 늑골에 금이 가는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앞서 C씨는 1차례, D씨는 4차례 반성문을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B씨는 1차례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에게 적용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법 일부가 최근 개정됨에 따라 ‘집단흉기 등 상해’를 ‘특수상해’로 죄명을 바꿔 조만간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할 예정이다.

기소 당시 B씨 등 피고인 3명에게 적용된 죄명은 상습특수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흉기 등 상해·공동감금,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상습아동유기방임 등 모두 5가지다.

재판부는 추후 증거조사가 진행되면 진술조서 등에 적힌 A양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정보가 언론이나 방청객에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2월 12일 재판부터는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B씨 등 3명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4개월간 서울시 강북구의 한 모텔과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자신의 빌라 등지에서 A양을 감금한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해 늑골을 부러뜨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경찰 조사 당시 “처음에는 아이가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때렸는데 나중에는 꼴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B씨와 C씨는 서울 모텔에서 생활할 당시 A양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내 주고선 풀지 못하면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나무로 된 30㎝ 길이의 구두 주걱으로 최대 20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달 11일 이들을 기소할 당시 B씨의 친권상실도 법원에 청구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양은 가천대 길병원에서 골절된 늑골과 심리 치료 등을 받고 이달 20일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입원 당시 몸무게는 4살 평균인 16㎏에 불과했지만 최근 23.5㎏으로 늘었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