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일이...안철수, 이희호 여사 찾아가 녹취록 공개 사과”

입력 2016-01-27 14:32

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의원은 27일 낙상으로 입원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문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를 영입하는 등 야권 적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인데다 이 여사와 안 의원 면담 녹취록 공개가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서둘러 수습하고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8시께 한상진·윤여준 공동 창당준비위원장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 여사를 방문해 쾌유를 기원했다.
안 의원은 지난 4일 새해 인사차 이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입원중인 이 여사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식 창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여사와의 면담 녹취록 공개 문제와 관련, "있을 수 없는 일로, 이 여사께 큰 결례를 범했다"며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결과 당시 수행한 실무진이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여사께도 이런 사실을 전했다"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오늘 내로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 직에서 배제하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의 사전 양해를 받지 않은 녹취록 공개도 문제였지만 안 의원측이 당초 이 여사가 새해 인사 자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희망을 느낀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안 의원의 언급에 대해 이 여사가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만 답한 것으로 확인돼 브리핑도 정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안 의원은 이어 마포구 창준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지금 양당은 270석 이상의 의석과 오랜 역사, 시스템, 자금을 갖고 있지만 저희는 많이 부족하다. 아직 창준위이고 제대로 된 정당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며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족하더라도, 미약하더라도 도와달라"며 "제3당이 자리잡으면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제3당 혁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한길 의원도 "국민의당에 모인 우리 모두는 열 중 아홉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고, 열 중 하나 정도 이견이 있는 부분은 토론과 대화로 뜻을 모아가고 있다"며 "그렇게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고 지지기반을 탄탄히 형성하면서 지도부의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국민도 더 큰 희망을 우리 당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간중앙>은 당시 이 여사와 안 의원이 20여분 동안 가진 비공개회담의 녹취록을 25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안 의원은 이 여사를 만나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했고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다.

이 대화는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는 안 의원측 주장과 일치하지 않아 과장 논란에 휩싸였다.

또 비공개 대화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않고 녹취?공개한 행위에 대한 윤리성 논란도 빚어졌다.

[녹취록 일부]

안철수 의원 _ 제가 최연소 30대에 그때 대통령님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대의회 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 듣고 국가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30대 때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들고 싶었던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그것이 정말 가슴에 저는 와 닿습니다. 진심으로 꼭 만들겠다고 여사님께 약속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 20년 전 말씀이신데, 지금 2016년 필요한 것을 20년 전에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루겠습니다.
이희호 여사 _ 이 모과가 앞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겁니다.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모과나무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 여사 _ 꼭 그렇게 하세요.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함께 그 광경 지켜보시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이 여사 측 _ 지금 (아프신) 핑계 김에 밖을 한 번도 안 나가십니다. 오히려 신체적으로 좀 무리가 났지. 감기라든지 독감이라든지 이런 계통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정도 실상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모시는 일 하나 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권에 계셨을 때는 관저에 있었습니다. 그때도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오셔서 저희 비서관들하고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신께서 수용을 하시면 그 자리에서 한번 그 길로 가보지 하시고, 저희들하고 의견이 다르시면 ‘내 생각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한 번 하문하시고 그런 것을 많이 봤습니다.
주제넘고 외람된 말씀입니다마는 결정을 하는 과정이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결정을 하고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는 제일 마지막에 무엇이든지 결정을 할 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안 의원 _ 이번에 김성태 박사님, 김대중 대통령께서 지향하시는 방향과 정신에 대해서 정리를 세 장 정도를 (정리)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전날 제가 새로운 당이 나갈 방향과 거의 맞았습니다. 표현만 조금 달랐습니다. (소음)
김근식 교수도 저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학순, 김근식 교수님과 함께 이렇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대북정책 쪽은 가지고 갈 겁니다.
이 여사 측 _ 사모님 덕담 한마디….(소음)
안 의원 _ 치료에 보태 쓰시라고 여기 놔두고 가겠습니다.(소음)
이 여사 _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의원 _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