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따기 어려워진다

입력 2016-01-27 12:00
하반기부터 운전면허 따기가 까다로워진다. 필기시험 문제가 300개 가까이 늘고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가 6배 이상으로 길어진다. 기능시험 평가항목은 2개에서 7개로 늘어난다. 운전면허 취득 비용과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운전면허시험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하반기에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고치고 운전면허시험장과 운전학원 시설을 바꾸는 작업이 남았다. 운전면허시험 방식이 바뀌기는 2011년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5년 만이다.

필기인 학과시험 문항은 73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난다. 이륜차 인도주행 금지 등 보행자 보호 관련 사항, 어린이·노인보호구역 운전법, 긴급자동차 양보 등에 관한 문제를 추가했다. 보복운전 금지 같은 최근 안전강화 법령도 반영했다.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는 50m에서 300m 이상으로 길어진다. 평가항목은 차량 조작능력, 차로준수·급정지 등 기존 2개에 5개를 추가했다. 경사로, 직각주차(후진주차),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전진(가속) 항목이다. 경사로는 2011년 없앴던 것을 부활시켰다. 직각주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부분 후진주차를 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도로주행시험 평가항목은 87개에서 59개로 줄어든다. 자동차 성능이 좋아지면서 불필요해진 항목을 없앴다. 브레이크를 나눠서 밟거나 급정지로 미끄러지면서 제동을 거는 유형 등이다. 긴급자동차 피하기,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속도 위반 여부 등은 새롭게 추가했다. 검정원의 주관 개입 소지가 높은 수동 채점 항목은 62개에서 34개로 줄였다.

운전학원에서 받는 전체 의무교육 시간은 13시간을 유지하되 필기와 실기 비율을 조정했다. 학과교육은 5시간에서 3시간으로 2시간 줄이고, 기능교육은 2시간에서 4시간으로 2시간 늘렸다.

운전면허시험이 이렇게 바뀌면 면허를 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능시험에서 기존보다 많은 탈락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와 평가항목이 크게 늘어난 만큼 ‘여러 번 시도하면 한 번은 통과하겠지’ 하는 요행을 바라기 어려워졌다. 기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도로로 나갈 수 없다.

운전면허 취득 문턱을 높인 건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안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한다. 간소화는 면허를 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시험이 단순해진 만큼 운전 미숙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간소화 이후 기능시험 합격률은 69.6%에서 92.8%로 늘어난 반면 도로주행 합격률은 78.8%에서 58.5%로 떨어졌다. 도로주행에 필요한 능력을 기능시험에서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운전면허시험 방식을 다시 바꾸는 건 정책 실패를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간소화 이후 초보운전자 사고율은 오히려 줄었다”며 이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줄거나 늘지 않는 건 교통시설·문화 등의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교육시간이 기존과 같더라도 각 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면허 취득까지 걸리는 기간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은 운전학원에 따라 7만~8만원씩 올라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재 학원비는 평균 40만원 정도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