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폭풍 드리블’ 황희찬…그에게서 수아레즈의 향기가 났다

입력 2016-01-27 04:49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현(왼쪽)과 황희찬.

그에게서 루이스 수아레즈(우루과이)의 향기가 났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막내’ 황희찬이 그라운드 위에 있던 시간은 단 17분. 그러나 그가 남긴 잔상은 강렬했다.

27일(한국시간)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4강전. 황희찬은 선발이 아닌 후반 33분 조커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선제골을 기록한 류승우가 근육 경련으로 더 이상 뛰는 게 힘들어지자 신태용 감독은 류승우 자리에 황희찬을 투입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황희찬이 들어가기 바로 직전, 류승우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카타르가 동점골을 집어넣으며 흐름은 홈팀에게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그러나 황희찬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있게 상대 골문을 노렸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넘쳤던 황희찬은 장기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헤집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었다.

후반 43분 권창훈의 결승골도 황희찬의 발에서 시작됐다. 상대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은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모은 뒤 옆에 있던 김현에게 패스했다. 김현은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던 이슬찬에게, 이슬찬은 쇄도하던 권창훈에게 낮은 크로스를 연결하며 귀중한 골을 만들어냈다.

황희찬의 진가는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나가던 후반 추가시간 때 확실히 드러났다. 카타르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린 상황에서 한국은 후반 49분 역습 기회를 잡았다. 황희찬의 폭풍 드리블이 시작됐다. 약 70m를 드리블 하며 상대 수비 3명을 무너뜨렸다. 자신이 닮고 싶다던 수아레즈의 모습이 보였다. 상대의 협력 수비도 황희찬의 페인팅에 무너져 내렸다. 황희찬은 골 찬스에서도 침착했다. 직접 슛을 때릴 수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더 좋은 위치에 있던 동료에게 패스였다. 문창진은 황희찬이 만든 기회를 가볍게 왼발로 꽂아 넣어 쐐기골을 완성했다. 이 골과 함께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최종 스코어는 3대 1이었다.

아직까지 황희찬은 이번 대회에서 골이 없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골만 없을 뿐 모드 득점 과정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황희찬이 상대 수비수를 흔들며 득점 기회가 생겼다”며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