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집에 가게 되나 봅니다. 어제도 공항에서 쪽잠을 잤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피곤한 것도 잊었습니다.”
대학합격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경기도 수원에서 제주로 관광 왔다 발이 묶인 이모(20)씨는 26일 기다리던 대기표를 받아들고 연신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6시 이후 제주공항에서 228편(국내선 198·국제선 30)의 여객기가 제주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발이 묶인 4만4460명의 승객이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돼 체류객 수송은 이르면 27일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틀째 ‘집에 가기 전쟁’이 벌어진 이날 제주공항은 첫날에 비해 다소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잡스런 모습을 보였다.
전날 공항에서 밤을 지샌 2000여명의 체류객들은 항공사 발권 창구가 있는 여객대합실 3층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담요와 깔개 등을 깔고, 몸을 녹이며 집에 갈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오전 10시를 넘기면서 제주공항에는 다시 항공권을 구하려는 체류객 수만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저가항공사는 창구마다 20∼30m의 줄이 이어지면서 대기표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예약 체류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국내선`국외선 수속장도 항공사 창구마다 긴 줄이 이어졌지만 탑승장에는 여유를 찾은 승객들이 차분하게 탑승절차를 밟으며 항공기에 탑승했다.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은 사람들이 몰리며 음식이 불티나게 팔렸고, 재료가 동이 나자 다시 채워지는 일이 반복됐다.
공항 대합실에는 한올간병봉사회·여성자원활동센터 등 6개 자원봉사단체·77명이 상주하면서 물과 모포·떡 등을 제공하며 체류관광객을 도왔다.
또 공항 대기 중에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의 진료와 처방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대학교병원· 제주보건소 등 4개 기관에서 의료진 23명이 상주하며 환자들을 돌봤다.
체류객 강모(45)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떡과 감귤, 삼다수, 음료 등을 여유있게 제공해 줘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며 “교회에서는 물티슈와 화장품 샘플까지 가져와 일일이 나눠져서 힘들지 않게 공항에서 밤을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는 국내선에 외국어 통역요원을 포함한 직원을 배치, 체류객들에게 숙박시설과 임시 거처를 안내하는 한편 모포와 매트 1000개를 추가 지원했다.
도는 제주공항 내 체류 관광객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종합상황실을 가동해 지속적인 지원을 벌일 방침이다.
바닷길도 정상화되면서 전날 여객선 4대가 만석으로 출항해 승객 3000여명을 수송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30분쯤 승객 333명을 태우고 제주항을 출항했던 여객선 퀸스타 2호(364t)가 좌현 엔진 불량으로 이상을 감지, 자력으로 회항해 오전 11시 다시 제주항에 입항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제주에서는 여객선 6대가 출항해 승객 5000여명이 육지로 나갈 예정이다.
한편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과 부산지방항공청이 두 공항에 대한 심야운항을 하루 더 연장함에 따라 26일 오후 11시부터 27일 오전 6시까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 비행기가 운항하게 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하늘길 바닷길 뚫린 제주, 26일 4만여명 이동
입력 2016-01-26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