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흥덕을 선거구의 선두 주자로 4선 고지 등정이 유력해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의 노영민 의원이 '시집 강매' 논란으로 사실상 총선 공천 배제라는 중징계를 당하면서 선거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그의 지역구인 청주 흥덕을은 물론 청주권의 대진표가 바뀌게 됐고, 노 의원의 선택에 따라서는 예측불허의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일단 노 의원은 공천 배제 징계가 가혹하다며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그의 중징계를 없었던 일로 하고, 그를 구제하게 될 경우 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총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그의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지역정가의 관심은 벌써 더민주당에서 흥덕을의 구원투수로 누구를 내세울 것이냐는 것이다.
흥덕을 선거구는 8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청주권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새누리당에서는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과 정윤숙 국회의원 등 6명이 출마,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노 의원이 지난 12일 4선에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정균영 전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수석사무부총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애초 노 의원의 4선 달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곳은 그가 '시집 강매' 논란 끝에 공천에서 배제될 처지에 놓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게 됐다.
징계가 확정된다면 더민주로서는 당장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놓였다.
청주산업단지를 끼고 있어 야권 성향의 근로자들이 많아 더민주의 최대 텃밭이긴 하지만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원 등판할 주자를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부총장이 있지만 인지도 면에서 노 의원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 6명의 새누리 후보와 경쟁에서 역부족이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장 유력한 대체 후보로는 한범덕 전 청주시장이 꼽힌다. 2년전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재선에 실패, 와신상담해온 그는 청주 상당구에 출마키로 하고 예비후보 등록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충북도 정무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차관에 이어 청주시장을 지내면서 청주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졌다는 점에서 당장 흥덕을에 투입해도 안착이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한 전 시장은 흥덕구에서 63.73%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 시장 당선의 교두보를 삼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한 2014년에는 이승훈 현 시장에게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흥덕구에서만큼은 51.46%의 높은 득표율로 자존심을 지켰다.
한 전 시장이 이런 지지율을 총선에서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민주로서는 노 의원의 공백을 말끔히 채울 수 있다.
한 전 시장은 극히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없는 선거구로 간다면 상당구(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선거구) 보다는 확실히 유리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달아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 상당 이외의 지역구는 생각해본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재심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데 함부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당내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흥덕을 수성에 나서라고 요구한다면 고민은 해봐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청주 출신 도종환(비례대표)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도 의원은 상당 선거구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흥덕을에 공백이 생긴다면 굳이 상당을 고집, 한 전 시장과 치열한 내부 경쟁할 이유가 없다. 야세가 강하고 현역 의원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흥덕을이 백번 낫다.
다만 노 의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 탈당해 출마한다면 흥덕을은 정 의원과 맞대결하는 상당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험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앙당 대변인을 맡아 중앙정치에 집중하는 도 의원은 수도권 출마로 방향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의원이 당의 결정을 수용, 불출마해 백의종군하되 정치적 토양을 같이해온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의 공천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 전 의장은 상당구에 예비후보로 등록, 한 전 시장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 의원 공천 배제라는 초강수 징계를 내린 더민주가 청주지역 공천 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갈지가 4·13 총선을 78일 앞두고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노영민 공천 배제된 청주 흥덕을 누굴 투입?” 한범덕 전 청주시장, 도종환 의원 등 거론
입력 2016-01-26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