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역학적으로 사실상 거의 가능성이 없다.” 연세의대 환경의생학과 용태순 교수의 지적이다.
다름 아니라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시작돼 드디어 미국까지 북상한 ‘지카바이러스(Zika virus)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용 교수는 뎅기열을 일으키는 뎅기바이러스와 감염 시 허리가 구부러지는 ‘치쿵구냐바이러스’의 사촌쯤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지카바이러스지만, 기침 등 호흡기 감염 증상이 없고 숙주인 이집트 숲모기에 물려야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메르스와 같은 대유행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걱정은 금물이라는 충고다.
용 교수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모기 등 기생충이 옮기는 질환만을 집중 연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에 지카바이러스란 게 있다더라 정도만 들었을 뿐 직접 눈을 확인하거나 환자를 만나본 일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지카바이러스나 뎅기바이러스, 치쿵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숙주 노릇을 하는 이집트숲모기와 비슷한 종류의 흰줄숲모기가 있고, 이 모기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는 게 용 교수의 설명이다. 아열대 및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이집트 숲모기가 항공기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해도 추운 우리나라 안에서 생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또 유행 지역에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의 하나 감염자의 피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서다.
한편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발진, 관절통, 눈 충혈 등과 같이 일반 열감기와 같은 감염 증상을 보인다. 기침, 가래 등 호흡기 감염 증상은 없다.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신경독성을 일으켜 소두증, 정신박약 등 뇌신경계 발달 미숙아 출산 가능성이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소두증 유발 지카바이러스 추위엔 맥 못쓴다"…한국은 유입 위험 없어
입력 2016-01-26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