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맞나? “혹한의 제주공항 난방비 따진 항공공사”

입력 2016-01-26 09:58

제주국제공항을 찾은 수만여명의 여행객이 한파로 오갈 데 없이 불편을 겪는 와중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이하 공항공사)는 경제적인 손익만 따지고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폭설과 강풍 등으로 제주공항이 폐쇄된 지난 23일 오후 5시쯤 제주도와 공항공사간 대책 실무회의에서 공항공사 측은 경제적 손익을 따지며 면피성 발언만 했다고 26일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관계자는 “체류객이 노숙하는 공항터미널에 밤샘 난방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항공사 측은 “난방비는 누가 부담하느냐”며 거절했다. 제주도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하니 공항공사 측은 “상부 결재가 나야 한다. (차라리) 체류객을 한라체육관 등지로 옮기는 게 낫겠다”고 답했다.

난방 문제뿐 아니라 간식과 깔판용 스티로폼 지원 등에 있어서도 이견이 있었다. 제주도 측은 노숙 체류객을 위해 빵 1만개를 준비했지만 공항공사 측은 “공항 내 식당과 편의점 문이 닫는 오후 10시 이후에 나눠 주라”고 요구했다.

잠자리 불편 해소를 위해 깔판용 스티로폼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에도 공항공사 측은 “아이들이 스티로폼을 갖고 놀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나중에 청소는 (누가 하나)”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깔판용 스티로폼도 24일 자정이 지나서야 지급됐다.

이 같은 뒷이야기가 전해진 뒤 인터넷에는 적잖은 분노가 터져 나왔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어처구니 없어했다. 공기업이 시민 편의보다 사기업 이익을 먼저 챙겼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제주도 측과 실무회의를 하면서 ‘난방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면서 “23일 오후 10시 이후 음식 제공을 거론한 이유는 음식점 폐점 이후에 공항공사가 음식 수급을 책임지겠다는 의미였다”고 매체에 반박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