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50만원 못받았어요, 어떡해요” 유치원 교사 ㅠㅠ

입력 2016-01-25 20:34

“150만원밖에 안 되는 월급이지만 이마저 없으면 어떻게 생활할지 막막해요. 집에 아이도 있는데 그만두고 집에서 애를 봐야 하는 건지….”

서울 광진구 A유치원 원감 조모(34·여)씨는 월급날인 25일 월급을 받지 못했다. 두 달째다. 지난달에도 유치원 재정 상황이 나빠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교사 생활 10여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 사태로 이런 영세 유치원은 직격탄을 맞았다. A유치원은 원아가 20여명뿐이어서 정원 미달로 원비를 다른 곳의 절반밖에 못 받는다. 한 달 원비 총 400여만원은 급식비를 대면 사실상 동난다.

새 학기를 앞두고 교사 상담이 한창일 때지만 원장도 교사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사립유치원은 많지 않아 퇴직하는 교사들 손에 실업급여나 퇴직금도 들어오지 않는다.

조씨는 “있던 원생도 나가는 마당이니 원생모집 시기인데도 문의전화 한 통 없다. 누리과정 사태로 우리 같은 소규모 유치원은 폐원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땜질 처방 소용없어요” 발 구르는 유치원들=대다수 사립유치원의 급여일인 이날 오전 유치원 분위기는 싸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급한 대로 교원 5481명에 대한 1~2월치 처우개선비(1인당 102만원) 등을 앞당겨 27일 지급키로 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원성이 높았다. 월급의 절반밖에 안 되는 데다 어차피 담임을 맡은 교사들 통장에만 입금되는 돈이다.

서울 영등포구 B유치원의 10년차 교사 민모(34·여)씨도 이날 월급 2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 유치원은 원장, 교사 8명, 운전기사, 조리사 등 10명이 아이 70명을 맡고 있다. ‘설마 그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할까.’ 반신반의하며 당국의 조치를 기다렸던 민씨는 결국 적금을 깨기로 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줄 알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우리를 볼모로 ‘쇼’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C유치원 오모(52·여) 원장은 교사 4명 전원의 월급 지급을 일단 30일까지 미뤘다. 오씨는 “명절이 코앞인데 월 150만원쯤 되는 돈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분들께 보너스는 못 줄망정 월급을 미룬다고 말하기가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종일반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거냐”는 문의가 쏟아지는데 “정부에서 안 주면 더 내셔야 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예산권을 틀어쥔 상황에서 교사 인건비 체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난색을 표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급한 대로 최대한 지원했고 그만큼 유치원 부담이 줄어드니 봉급의 나머지 액수를 원장들이 채워서 지급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26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땜질’ 대책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 vs 교육청 입장 되풀이…지자체·지방의회 나서나=다른 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 등 150여명은 25일 광주교육청 1층 로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라’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날 급여일을 맞은 사립유치원 140여곳 중 월급을 제대로 준 곳은 하나도 없었다. 전북 어린이집 교사 전원도 담임수당을 받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급한 불부터 잡겠다며 저마다 대책을 내놨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2월분 누리교사 인건비 지급을 위해 운영비 27억원을 우선 집행키로 하면서 “임시방편일 뿐이며 2월 말까지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도 340억원 규모의 1분기 재원조정교부금을 두 달 앞당겨 이날 10개 군·구에 지급했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929억원을 편성했고, 경기도도 준예산으로 편성한 두 달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910억원을 집행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의총에서 1년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중 2개월분을 우선 편성하는 방안을 안건에 부쳐 늦어도 29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시·도 교육감의 법적 의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서울교육청의 응급조치에는 6600여개 어린이집이 빠졌다. 하루속히 차별 없이 연간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다”고 했다.

전수민 심희정 홍석호 기자, 수원=강희청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