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황금가면 '접착제 수리' 직원들 결국 법정에

입력 2016-01-25 12:45 수정 2016-01-25 13:48
AP/연합뉴스

이집트 대표 유물인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을 시중의 일반 강력접착제로 붙이려다 훼손한 박물관 직원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집트 검찰은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집트 국립박물관 직원 8명을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기원전 1323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은 이집트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다.

사건이 일어난 건 2014년 8월이었다. 당시 이 직원들은 공개전시회를 앞두고 실수로 가면 턱수염 부분을 부러뜨렸다. 책임추궁을 걱정한 이들은 시중에 파는 강력접착제(불용해성 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해 턱수염을 다시 붙이고 태연하게 전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에도 접착제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애초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독일 전문가가 고대 이집트인들이 접착제로 쓴 밀랍(beeswax)으로 이를 복구했다. 현재 투탕카멘의 가면은 지난달부터 다시 대중에게 전시 중이다. 해당 직원들은 적발 당시부터 업무 정지 조치됐다. 이번 재판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이나 수감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04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집트 국립박물관의 기강 해이는 최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라, 파라오 유물 박물관이지만 최근에 직원들을 세대교체하면서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이들이 마구 투입됐다. 2년 뒤에는 전시물 중 일부가 다른 박물관 두 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2018년 개관하는 가자 피라미드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박물관과 완공 뒤 개관을 앞둔 국립 이집트 문명 박물관이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 관광산업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실각 이후 몰락을 겪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이 2013년 군부에 축출되면서 위기는 더 가속화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멕시코 국적 관광객 6명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오인당해 이집트 정부군에게 피살당하기도 했다. 10월 217명의 사망자를 낳은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도 여행자 감소에 한몫했다. 최근 이집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이집트 해안을 찾는 관광객은 50%가 줄어 관광산업에 매달 2억8300만 달러(약 3412억70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안겼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