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상정을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연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25일에는 당 지도부는 물론 초선 소장파 의원까지 나서는 '전방위 압박'을 통해 정 의장을 고립시켰다. 사실상 친정의 요구에 '백기투항'하라고 요구하는 듯한 기세이다.
최고위원들이 직접 정 의장 비판의 선봉에 섰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는 과정에서 망국법인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새누리당 의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면서 "법에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평소에 주장한 망국법인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는, 법에 근거한 절차를 모당(母黨)이 요구하는데, 이를 다른 이유로 지연하고 거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이 있는데 그동안 관행이 없다며 (상정이) 안 된다고 얘기하면 국회법은 왜 필요하냐"면서 "국회법을 존중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이 보인 태도에 너무 실망이 크다. 실망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미리 (상정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은 헌법을 생각하기 싫으면 국회법에 충실해달라"면서 "국회법에 따라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책무를 이행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정 의장이 국회 부의장으로 재임하던 18대 국회 시절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졌는데도 단상을 지키며 사회를 봤던 사실을 거론, "이 분의 국가관과 애국심이 대단하다는 존경의 마음을 그때부터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정 의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의심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재선 소장개혁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도 정 의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종훈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30명이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는데 이를 의장이 막아섰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여당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의장께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 다시 한번 진솔하게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노근 의원은 "국회의장은 중재하는 것이지, 자기 개인의 신념을 관철하려 해선 안 된다"면서 "개정안을 냈으면 대의에 충실하도록 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 의장이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서도 "이게 어떻게 국회의장께서 할 말씀이냐"면서 "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과나 유감 같은 것을 표현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20대 총선 출마 문제도 정 의장 스스로 명확하고 조속하게 정리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하태경 의원은 "의장이 최근 국회법 관련해 취하는 태도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가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출마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 취하는 정 의장의 입장도 어쨌든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취하는 입장이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자기 소신이라는 것을 동료의원과 국민에게 명확히 보여주려면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의 명백한 입장을 보여줘야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 논란과 시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근 의원도 "출마하고 안 하고는 자유이지만 그것을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면서 "중재안을 거의 완성하고 있는데, 완성되면 여야 대표들과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與, 鄭의장 압박 총력전 “母黨 요구 거부는 잘못…총선 출마 여부도 밝혀라”
입력 2016-01-25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