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방한 텐트 어디 갔나요?” 소녀상 지키는 청년 아직 ‘덜덜덜’

입력 2016-01-25 11:42 수정 2016-01-25 13:20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북극한파가 절정에 이른 25일 새벽.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일본대사관 앞에는 일본국위안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숙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벌써 26일째인데요. 이들은 침낭에 의지해 혹한의 추위를 버팁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신명 경찰총장과 협상을 해 방한 텐트 반입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들렸었는데요. 인터넷과 SNS에 올라온 현장사진 어디에도 텐트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어찌된 영문일까요?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일 대학생 노숙시위를 보다 못한 한 시민이 정의당 게시판에 “우리 애들이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게시물에는 “학생들이 맹추위에 21일째 노숙 중이다. 방한용 텐트라도 치고 소녀상을 지키게 나서달라”는 호소문이 적힌 대자보와 한파 속에서 노숙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담겼습니다. 이 시민은 “더민주 문재인 대표님, 정의당 심상정 대표님, 우리 애들이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방법을 찾아주세요”라고 적었죠.

3일 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녀상의 눈물 운동본부 특별위원회의 추미애 의원과 안정행정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논의해 소녀상 20m 지점에 방한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했다”며 “정청래 의원과 강신명 경찰청장과 통화하고 소녀상 지키는 평화 나비 친구들과도 연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시물 아래에는 15년 만에 한파에 걱정스러웠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현장사진에는 텐트는커녕 텐트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신 침낭 속 학생들이 비닐을 덮고 소녀상 옆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뚝 떨어졌는데 말이죠. 체감온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텐트는 어디가고 아직 저러고 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정청래 의원실에 문의했습니다. 대답은 이렇습니다. “소녀상과 20m정도 떨어진 지점은 사유지기 때문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경찰과 협의했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소녀상 옆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정수연(28)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대학생 대책위원회 상황실장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청래 의원이 천막을 칠 수 있도록 알아봤다”며 “사유지에 텐트를 치는 것은 경찰이 제지할 수 없으니 소녀상과 20m떨어진 연합뉴스 건물 쪽은 괜찮다고 하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소녀상 앞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20m밖이 아닌 그 앞에 칠 수 있도록 다시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또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원실에서 관할 구청과 협의해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경찰은 일본 대사관 앞이라는 이유로 모두 빼앗았다”고 전했습니다. 20m 떨어진 지점에라도 설치해 잠깐씩이라도 추위를 피할 순 없었냐는 질문에는 “연합뉴스 사유지여서 회사 측과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쪽에서 허가를 해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종로경찰서에 확인하니 소녀상 옆이나 앞에 텐트를 치는 것은 금지랍니다. 경찰 관계자는 “텐트 반입은 관할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25인승 경찰차량을 대기해 따뜻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장에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장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정치인의 말과는 달리 경찰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아이들은 여전히 한파에 덜덜 떨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협상을 계속 한다니 기다리기는 하겠지만 마음은 한파보다 더 춥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