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빚에 급여 압류된 경찰…법원 “해임은 부적절”

입력 2016-01-25 11:43
22년 간 경찰로 살아온 A씨가 진 빚은 2014년 12월 1억5840만원에 달했다. 처음엔 은행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돈이 부족했고, 결국 ‘○○머니’와 같은 대부업체를 찾아갔다. 이후 지인과 동료 경찰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와 지인 등은 경쟁하듯 법원에 채권압류·추심명령을 요청했다. 그의 월급을 압류해 빚을 받아가겠다는 의미다. 법원은 잇달아 A씨에 대해 급여압류 결정을 내렸다.

그가 급여 압류 처분을 받자 경찰 측은 ‘품위 손상’을 이유로 2차례에 걸쳐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에도 빚은 계속 늘었다. 급여 압류도 이어지자 A씨가 소속된 경찰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2014년 말 해임 결정을 내렸다.

직업을 잃게 된 A씨는 “부당하다”며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심사가 기각되자 그는 법원 문을 두드렸다. 그는 “빚은 배우자 치료비와 처남의 보증을 위해 생긴 것”이라며 해임은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도박·유흥·무절제한 소비 등으로 인한 게 아니며, 시간외 수당이라도 받으려고 근무를 자청하는 등 성실히 빚을 갚아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임’에 이른 A씨의 빚 내역을 꼼꼼히 살펴본 뒤 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A씨가 소속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의 사유는 지난해 7월 이후 730만원의 채권으로 급여 압류가 이뤄졌다는 점에 한정된다”며 “채무 730만원이 있다는 건 경찰 공무원의 품위를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기존 채무까지 포함해 과다한 채무를 부담한다고 해도 민사집행법에 따라 급여 압류는 월급의 절반에 그쳤을 것”이라며 “급여 절반을 채무 변제에 쓰면서 나머지 급여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