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만원? 우리집에 옵서예~” 페북 울린 제주 민심

입력 2016-01-25 07:46 수정 2016-01-25 14:39
24일 제주국제공항이 한파·대설·강풍특보로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 계획된 항공기가 모두 결항하면서 제주에 체류중인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이 묶여있다. 사진=한라일보 제공
제주공항 노숙대란에 집을 공짜로 빌려주겠다는 글을 남기는 제주도민들. 페이스북 캡처
제주공항 노숙대란에 집을 공짜로 빌려주겠다는 글을 남기는 제주도민들. 다음카페 캡처
24일 제주국제공항이 한파·대설·강풍특보로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 계획된 항공기가 모두 결항하면서 제주에 체류중인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이 묶여있다. 사진=한라일보 제공
24일 제주국제공항이 한파·대설·강풍특보로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 계획된 항공기가 모두 결항하면서 제주에 체류중인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이 묶여있다. 사진=한라일보 제공
제주도민들이 제주국제공항 노숙 대란에 “우리 집을 내주겠다”며 가슴 뭉클한 무료 숙박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뒤 지역 숙소가 동이 나면서 숙소를 미처 구하지 못해 제주공항에서 노숙중인 관광객을 위해서였다.

제주지역 맘카페와 페이스북에는 24일 오후 늦게부터 25일 현재까지 “우리 집에서 편히 주무시다 가시라”며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글이 쏟아졌다.

제주도에 사는 엄마들이 주로 모이는 다음카페 ‘제주맘’에서 무료 숙박 운동이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카페 회원들은 “공항에서 노숙하는 아이, 어르신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너도나도 무료 숙박 의사를 밝혔다.


한 회원은 “공항에서 박스 1개를 만원에 팔고 택시비는 5만~10만원한다는 기사에 ‘제주도민들 다 사기꾼이다’ ‘제주도 두 번 다시 가지말자’는 댓글이 달려 속상했는데 이런 게 진짜 제주도 인심”이라며 감동했다.

또 다른 회원은 “낯선이에게 친절을 대하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명언과 함께 무료 숙박 동참을 독려했다.

맘카페에 수십건의 무료 숙박 제공 글이 올라오자 이곳 회원들은 “제주맘들 멋지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며 감동했다.

“공항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 “집에 남는 이불을 기부하고 싶다”는 온정도 이어졌다.

페이스북 제주패스에도 24일 저녁 늦게 ‘사랑의 민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500회 좋아요를 받고, 300명이 퍼갔다.


200개에 가까운 댓글에는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 OO 아파트에서 쉬다 가시라” “집에 방 하나가 빈다” “어르신이나 애가 있는 가족이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등 노숙을 하는 관광객을 재워주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제주도의 있는 교회와 자취생도 “도와주고 싶다”며 따뜻한 마음을 남겼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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