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긴급 수혈한 '새 피' 들이 야권 심장부 광주를 두드렸다.
더민주 영입 인사 17명 가운데 12명은 23~24일 광주·전남을 돌며 지역민, 당원, 지지자들을 만났다.
세계적 지식 강연 웹사이트인 테드(TED)를 본뜬 짧은 강연 형식의 '더불어 콘서트'(24일)가 핵심이었지만 영입 인사들은 한때 바닥을 쳤던 호남 민심 탈환을 위한 '게릴라'식 일정으로 각개전투에 나섰다.
지난 17일 서울 행사 후 7개 지역 순회 '버스 투어' 중 야권 심장부의 상징성을 고려해 광주를 첫 방문지로 정했다.
1박 2일간 머무는 곳도 광주가 유일하다고 더민주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오기형 변호사는 23일 화순에서 지역구 신정훈 의원과 구충곤 화순군수를 면담하고 한국판 '레미제라블'로 알려진 화순 탄광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화순'도 관람했다. '화순 투어'인 셈이다.
양 전 상무는 모교인 광주여상을 찾아 후배, 동문도 만났다.
영입 인사들은 세그룹으로 나눠 충장로, 전남대 후문 등 젊은 유권자들과 호흡했다.
양 전 상무는 콘서트에 앞서 지역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호남에 1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벤처 기업이 15개, 전국의 3%에 불과하다"며 "여성으로서 산업계에서 쌓은 30년 경험을 호남을 위해 쏟겠다. 진정한 '광주의 딸', '호남의 딸'로 불러주면 후배들, 지역민의 아들·딸들이 능력을 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의 딸'이라는 별칭을 얻고 국회에 입성했다가 최근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권은희 의원과 미묘한 대비를 이뤘다.
오기형 변호사는 "1980년 5월 중학교 2학년 당시 전남도청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며 "그때의 아픔, 교훈, 정신이 뼈속에 새겨져 있고 그게 나의 DNA"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입인사들은 '더불어 어벤저스'(더 어벤저스)라고 자칭하며 총선 승리를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콘서트를 마치고서는 팝송에 맞춰 춤을 추는 '플래시 몹'으로 시민에게 다가갔다. 새벽 2시까지 영입인사들이 율동을 준비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영입인사들은 토크 콘서트에 앞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해 '5월 정신' 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20㎝ 폭설, 최저기온 영하 10도의 한파에 행사 취소까지 고심했던 당은 영입인사들의 지역 반응에 고무된 모습이다.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 측 당원과 지지자들은 버스를 대절해 행사에 참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유송화 더민주 공보실 부대변인은 "(지역 출신은)고향 인사, 학교 후배를 만나고 연고가 없는 영입 인사들도 함께 광주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화답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며 "지역민이 보낸 회초리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 노력할 부분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 최근 국보위 참여 경력으로 공세를 받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불참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더민주에 대한 광주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표 측은 더불어 콘서트에 맞춰 광주 방문을 검토했으나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겼고, 행사 참석 시 '새 얼굴'에 쏠릴 조명이 분산될 수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우리는 ‘더불어 어벤저스’다” 더민주 영입인사들,광주 1박2일 공략
입력 2016-01-24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