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설계비 지급받은 들러리 입찰 건설사, 토해내야” 첫 반환 판결

입력 2016-01-24 14:48 수정 2016-01-24 15:40
건설사끼리 담합해 ‘들러리’로 참가한 건설사에게도 입찰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해 줘야 할까? 법원은 들러리로 참가한 업체는 이 비용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비용을 이미 받아간 업체들은 고스란히 돈을 토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판결의 사연은 이렇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1년 5월 광주·전남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수질복원센터를 짓기로 했다. LH가 이 센터에 대한 설계·시공 일괄 입찰을 공고하자 코오롱글로벌이 몇몇 건설사와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다른 신청자가 없어 유찰됐다.

LH는 2011년 5월 입찰 재공고를 냈다. 코오롱글로벌은 포스코건설 측에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합의한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코오롱글로벌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공사 계약을 따냈다. 공사비용은 431억원에 달했다.

입찰 공고에는 탈락 업체에도 입찰 과정에 들어간 설계비 일부를 보상한다고 돼 있었다. 보상비를 달라는 포스코건설의 요구에 LH는 “설계를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이유로 주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을 들러리 입찰 사실을 숨긴 채 소송을 냈고, 2012년 12월 승소해 3억2100만원을 받아갔다.

이들 업체의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가 잡혔다. 공정위는 2014년 3월 들러리 입찰 합의를 적발했다. 시정명령과 함께 포스코건설에 과징금 19억5900만원을, 코오롱글로벌에 14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LH는 포스코건설과 설계를 맡은 포스코엔지니어링에게 설계보상비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LH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LH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입찰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하고 건설사들의 고의성도 인정된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두 건설사는 LH에서 받은 설계보상비 3억2000만원을 모두 반환하고 연이율 5%로 2년여간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고도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건설사에 그 전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한 최초의 사례”라며 “발주처가 이런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 상당수 있어 이번 판결이 중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