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군인 만들어줘 감사합니다” 미국인 아들 훈련소 부대에 감동 이메일 보내

입력 2016-01-24 08:27

작년 12월 9일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대한민국 군인으로 거듭나고자 5주 동안 군사훈련을 받은 26연대 훈련병 약 1천 명의 수료식이 초겨울 추위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대열 맨 앞에서 큰 소리로 구령을 외치며 부대를 지휘하는 훈련병이 눈에 띄었다. 얼굴이 하얗고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저스틴 해리스(21) 이병이었다.

관중석에서는 해리스 이병의 미국인 아버지 게리 해리스(64) 씨와 한국인 어머니 최용순(54) 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스 이병은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입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군 복무를 택한 것이다.

주한미군 용산기지 군무원인 해리스 씨는 집으로 돌아가 육군훈련소 26연대장인 최희관 대령에게 자신의 감회를 담은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아들의 수료식에 참석한 지 사흘 만이었다.

24일 육군이 공개한 편지에서 해리스 씨는 "훈련소에서 본 아들의 모습은 베트남 전쟁 막바지에 신병훈련을 마친 순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고 썼다.

그는 "수료식에서 아들이 앞으로 걸어나와 상관에게 경례하는 모습을 볼 때는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서 논산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아들이 과연 동료들을 잘 지휘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는 해리스 씨는 멋진 군인으로 거듭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모든 걱정을 잊었다.

해리스 씨 부부는 수료식 직후 최희관 대령의 사무실로 초청을 받았으며 최 대령의 안내로 아들이 훈련 기간 생활했던 막사도 둘러봤다.

해리스 씨는 "현대적인 시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훈련병들은 훈련이 잘돼 있었고 연대장과 상관, 조교는 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편지 끝 부분에서 "내가 근무 중인 주한미군 용산기지에도 한국군 장병이 많다"며 "앞으로는 이들을 볼 때마다 동작을 맞춰 행진하던 육군훈련소 26연대의 훈련병들을 떠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을 마친 해리스 이병은 현재 국군화생방사령부에 배치돼 근무 중이다.

최희관 대령은 "해리스 씨의 편지를 받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의 편지는 훈련병을 지도하는 지휘관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