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까지 포함하는 '3자연대'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들 '호남 신당파'의 향후 종착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 모두 호남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들 신당파와의 통합이나 연대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어느 진영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총선은 물론 향후 야권의 지형재편에 나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천 의원은 일단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 대해 "더 지켜보겠다"며 등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에 박주선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3자 연대'가 실현되더라도 그 이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추가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천 의원은 더민주나 국민의당과의 통합 여부에 대해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 중"이라며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천 의원은 더민주에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패권주의 해체"를, 국민의당에는 자신이 물갈이 대상으로 규정한 호남 의원들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며 먼저 그리고 선명한 변화를 보이는 상대와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박주선 의원은 "우리끼리 먼저 하고 나서 다시 '그랜드(grand) 통합'을 해야 한다"며 통합의 다음 단계는 국민의당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천 의원과 박 의원의 생각이 갈리면서 3자연대의 또 다른 축인 정 전 의원의 의견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전 의원은 '3자 연대'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현실정치 재개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작년 4월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조용히 지내오다가 최근 강연을 통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오는 25일 전북에서 열리는 강연에서 정계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탈당 후 어느 세력에도 가세하지 않은 채 제3지대에 머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는 신당 세력이 다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3단계 통합론'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인 천정배 박주선 정동영 박준영 김민석 5개 세력이 먼저 '소통합'을 이룬 후 이들 세력과 안 의원이 주도의 국민의당과의 '중통합',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시 더민주와 합치는 '대통합'을 이뤄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이제 안철수하고 다 같이 '중통합'을 해야 한다"며 "동교동계는 중통합이 되면 같이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다 함께 가야한다"면서도 대통합이 될 때까지 계속 무소속으로 남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천 의원을 서로 끌어들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대당 통합 논의를 공식화할 것을 제안하는 등 그동안 천 의원에 많은 공을 들였고, 전권을 넘겨받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당장은 당내에 집중할 때라면서도 야권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도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천 의원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월 중앙당 창당 때 다른 야권 신당과 통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안 의원은 이에 대해 "그럴 수 있으면 좋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천정배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다” 호남 신당파 행보에 속타는 安신당
입력 2016-01-24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