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피해를 입고 소송을 낸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사 소송이 수십 건 진행 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체 피해자들에게 업체들이 직접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22일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 고객 5000여명이 카드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카드사와 KCB가 공동으로 손해를 부담하게 됐다.
2013년 6월 발생한 카드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정보 유출 사건은 다음해 1월 뒤늦게 밝혀져 큰 논란을 빚었다. 카드사들이 KCB에 전산프로그램 개발을 위탁하면서 고객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게 발단이었다. KCB 직원 박모(40·구속 기소)씨는 개인정보 1억건 이상을 빼내는 동안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고, 그중 일부를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에 박근혜 대통령도 포함됐을 만큼 사실상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피해자인 사건이었다. 대대적인 정보 유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자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이 잇따랐다.
재판부는 “카드사가 고객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KCB에 제공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카드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KCB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동안 카드사에서 아무 통제를 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봤다. 카드사 차원에서 유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배상 근거가 됐다. KCB 역시 직원 박씨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카드고객정보가 이미 제3자에 의해 열람됐거나 열람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카드사는 법정에서 “유출로 인한 실제 피해가 파악되지 않는 만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은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만 2014년 기준 80여건 제기된 상태다. 전국적으로는 100건이 넘게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의 효력은 소송을 낸 원고들에게만 적용된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전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 3사 법인은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첫 공판에서 “용역업체에 업무를 맡긴 것이기 때문에 은행 측에 직접적인 형사책임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 법원, "피해자에 10만원씩 배상"
입력 2016-01-22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