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술 먹는 사람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2일 보도했다.
특히 '양강도 들쭉술', '고려주', '개성 인삼술'과 같이 상표가 붙은 술을 으뜸으로 친다.
한 탈북민은 "남한 입국 후 노숙자들이 상표가 표시된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남한에 대한 환상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우스개 소리가 아닐 것이다. 술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 서민들은 기본적으로 명절이나 관혼상제에만 술을 먹는 것이 관례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부터 일상에서 술을 먹기 시작했다.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일반 주민들의 술 소비가 늘어났다.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져서다. 심지어 10대마저 술에 중독되어 갔다.
술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늘어나자 김정일은 '당적으로 술풍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지시를 내려 사상 투쟁을 벌이도록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집에서 몰래 술을 담궜다.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밀주'다.
밀주라는 말 자체가 몰래 담그는 술이라는 의미인데, 이미 북한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북한 여성치고 술 못 담그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가정에서 밀주를 자주 만들어 마신다. 장마당에 나오는 술의 대부분도 밀주다. 북한 주민들은 밀주란 말 대신 그들만의 은어로 '민주' 혹은 '농태기'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민주를 즐겨 쓴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민주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었다. 저렴한 가격에 민주를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서민들 속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술잔 속 이야기를 갖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하루를 한탄하거나 경제적인 고단함을 토로하는가 하면 정치적인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다.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진 양상이다.
탈북자들은 민주의 소비가 늘어난 것에 대해 음주 발언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북한 주민들은 음주보다 그 이후 음주 발언을 더 조심스러워한다. 김정일 시대에 특히 그랬다. 말 한마디 잘 못하면 정치범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김정은 시기에는 발언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보다 훨씬 덜하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북한에선 술 먹는 사람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긴다?”
입력 2016-01-22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