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아동성애자를 추적·검거하려고 아동 음란 사이트를 직접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함정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FBI가 지난해 2월 20일부터 3월 4일까지 워싱턴DC 외곽의 본부에서 아동 음란사이트 ‘플레이펜’(Playpen)을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음란 사진과 동영상 2만3000 장이 유포된 이 사이트에 등록한 회원 21만5000명 중 이 기간 약 10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했다.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방문 접속자의 IP를 추적한 FBI는 약 1300명의 소재를 파악해 이 중 137명을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USA 투데이는 2012년 이래 FBI가 최소 세 차례 이상 짧은 기간 음란사이트를 운영했다면서 FBI가 전략을 수정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자 추적이라는 목적을 위해 아동 성적 학대 피해자의 영상이나 사진을 공중에 유포하지 않던 정책을 바꿨다는 얘기다.
음란 사이트인 플레이펜이 2014년 8월 이래 온라인에서 사라진 것을 유심히 지켜본 FBI는 끈질긴 추적으로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 있던 플레이펜의 서버를 찾아냈다. FBI는 이 컴퓨터 서버를 지난해 2월 아무도 몰래 버지니아 주 뉴잉턴의 자체 시설로 옮겼고, 이 사실을 모르는 이용자들은 평소처럼 사이트에 접속해 아동 음란 동영상과 사진 등을 내려받다가 결국 꼬리를 밟혔다.
FBI는 2012년에도 네브래스카 주에서 아동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던 이들을 검거하고 나서 서버를 자체 시설로 옮겨 범죄자 체포에 활용했다. 수사 당국은 익명 네트워크의 경우 추적이 어려워 ‘범죄자들의 천국’이라며 이런 식이 아니고선 아동성애자들을 단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의 수사와 범죄의 차이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정 수사로 검거된 의뢰인을 수임한 변호사도 “이번 FBI의 수사 방식은 단순 마약 복용자를 잡고자 모든 이웃을 헤로인의 홍수에 몰아넣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수사 무효를 주장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함정수사'도 좋지만…FBI가 아동 음란사이트 운영?
입력 2016-01-22 0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