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영복 교수 걸린 ‘악성 흑색종’…전이 잘되는 치명적 피부암

입력 2016-01-21 13:58

‘감옥으로부터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75)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최근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사인은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이다.

2014년 중반 암을 발견해 1년 6개월여동안 투병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다.

피부나 점막에 있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데, 피부암 중 가장 악성도가 높다. 악성 흑색종의 20~50%는 검은 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검은 점이 갑자기 새로 생긴다든지 검은 점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이 변하거나 따가움, 통증이 생기면 의심해 봐야 한다.

백인에서는 드물지 않고 비교적 흔한 피부암이지만 동양, 아시아인에서는 과거 매우 드문 피부암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악성 흑색종’ 환자가 지난 4년간 33.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명당 3명이 악성 흑색종에 걸리는 걸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발생률은 낮지만 서서히 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이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19세 이하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20대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해 40대 이상에서 급증한다.

흑색종은 유전 요인과 자외선 노출 같은 환경 요인으로 발생한다. 흰 피부와 푸른 눈, 금발이나 붉은 털을 가진 사람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 특히 흑색종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외선 노출을 주의해야 한다.

많은 수의 점이 있는 경우 흑색종 빈도가 증가하고, 26%정도는 ‘색소성 모반(점)’에서 흑색종이 발생된다고 보고돼 있다. 논란이 있지만 한 연구에서는 ‘거대선천멜라닌세포모반(태어날 때부터 있는 10cm 이상 큰 점)의 2.3%에서 흑색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는 “흑색종은 자각 증상이 없고 평범한 점이나 결절(혹)로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던 색깔성 점의 크기가 갑자기 0.6cm 이상 커진다거나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색이 균일하지 않을 때 악성 종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로 암 부위를 완전 절제하는 것이 치료의 근본이다. 전이가 많은 암으로 진단시에는 전신의 전이 검사를 위해 다양한 방사선, 핵의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도 항암화학요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유 교수는 “악성 흑색종은 대개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발견되더라도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면서 “림프관이나 혈관을 따라 뼈, 폐, 간 등 어떤 기관들로도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