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블 이슈] 내 엄지가 어때서...길렌워터, 심판진과 또 충돌

입력 2016-01-21 11:37
사진=KBL 제공. 트로이 길렌워터(왼쪽)는 20일 삼성전에서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심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트로이 길렌워터(왼쪽)는 20일 삼성전에서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심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20일 프로농구에서 농구팬들이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창원 LG)의 ‘따봉’이었습니다. 길렌워터가 5반칙 퇴장과 함께 KBL 심판진과 미묘한 신경전을 주고받은 건데요. 더 흥미로운 건 농구팬들이 길렌워터의 행동을 감싸고 있다는 겁니다.

길렌워터는 이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39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창원 LG의 97-9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길렌워터는 4쿼터 종료 3분24초 전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를 수비하다가 5반칙으로 코트에서 물러났죠. 길렌워터는 심판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었는데요. 소위 말하는 ‘따봉’이었습니다.

심판진은 길렌워터의 행동에 대해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길렌워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죠. 그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다른 선수가 엄지를 들었어도 테크니컬을 줬을까요”라며 길렌워터의 테크니컬 파울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사실 심판진과 길렌워터의 마찰은 이번만이 아니었습니다. 길렌워터는 지난달 5일 SK전에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가 KBL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부과 받았는데요. 이어 지난달 26일 동부전에서는 벤치에서 코트로 물병을 던져 벌금 600만원을 물게 됐죠. 이것 말고도 이번 시즌 길렌워터는 판정에 대한 불만을 왕왕 드러내며 심판들과 충돌했었습니다.

그런데 농구팬들은 길렌워터의 편에 섰습니다. 심판에 불만을 드러냈고 코트에 물병도 던졌는데 말이죠. 팬들 눈에도 길렌워터가 심판 판정의 억울한 희생양이었단 겁니다. SNS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따봉’ 영상에는 길렌워터를 옹호하는 댓글들이 달렸죠.

더 큰 문제는 KBL 심판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길렌워터의 행동도 무조건 옳은 건 아니었죠. 그런데도 팬들의 마음은 심판보다 길렌워터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물론 KBL도 심판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지난 11일부터는 제1회 KBL 심판 캠프를 열고 심판의 전문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죠. 이론과 실기 교육을 병행하는 심판 캠프는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기 전개 속도가 빨라서 프로농구 심판의 고충이 크다는 걸 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길렌워터의 따봉이 박수를 받는다는 건 꽤나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지금 KBL 심판진에게는 신뢰가 필요해 보입니다. 계속해서 믿음이 떨어지면 팬들은 또 길렌워터의 손을 들어줄 겁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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