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보육 대란’으로 난리인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최근 열악한 학교시설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보다 못한 교사들이 단체로 병가를 내면서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디트로이트 시 공립학교의 3분의 2 정도가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러야 했죠.
우리나라 같으면 교원노조 소속 교사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 학교가 문을 열지 못했다면 아마 정치 문제로 비화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에선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현지의 교사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올린 사진과 자료 등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네요.
시위 이후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열악한 디트로이트 공립학교의 환경을 보도했습니다. 어떤 학교는 지붕에서 비가 새 체육관 나무 바닥이 엉망이 됐는데 바닥을 모두 들어낸 채 몇 개월이 지나도록 그대로 방치해놓고 있었습니다. 어떤 학교는 고장 난 식수대에서 밤새 물이 흘러내려 복도에 물이 흥건하게 고였고, 어떤 학교는 화장실 변기가 너무 낡아서 앉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교실에서 빈대와 바퀴벌레가 나오거나 뚫린 구멍으로 쥐가 드나드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교실에서 피어난 버섯 사진을 보니 황당하기까지 하네요.
이렇다보니 교사들의 병가로 학교가 문을 닫았는데도 학부모의 항의가 있었다거나 지자체 차원의 다툼이 있었다는 뉴스는 찾기 힘듭니다. 오히려 교사들의 시위 이후 공립학교 방문에 나선 마이크 듀건 디트로이트 시장은 “학교 건물 관리 상황이 교사들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교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네요. 시장은 “가장 심각한 빌딩부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3년 파산을 선언했던 디트로이트는 주정부가 공립학교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정부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고 합니다. 시장이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죠.
디트로이트 시의 재정은 2009년 자동차 회사 제네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사가 휘청거리면서 엉망이 됐습니다. 당시 디트로이트 시는 공립학교를 위한 예산 중 상당 부분(30% 이상)을 당시 시의 채무를 갚는데 써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무를 다 갚지 못하고 결국 2013년 당시 파산을 선언했죠.
지자체에 돈이 없다 보니 학급당 학생이 45~50명으로 늘어난 공립학교들에서 오케스트라와 밴드, 드라마, 컴퓨터 등의 클래스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한국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미국 공립학교의 전인교육이 적어도 디트로이트 시에서는 남의 얘기가 된 것이죠.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재와 프로그래밍, 카운슬러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학생들이 시의 재정난 희생양이 된 셈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Schools in Detroit are in bad shape ? so teachers are taking to the internet to protest.
Posted by on Tuesday, January 19, 2016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