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력공천 없기 때문에 ‘인재 영입’ 아닌 ‘인재 등용’”

입력 2016-01-20 23:01

4·13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내건 새누리당에서 '인재영입'의 정의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상향식 공천 원칙 아래 사실상의 공천 보장을 전제로 외부인사를 모셔오는 방식의 '인재영입'은 있을 수 없다며 용어조차 '인재등용'으로 바꿔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비박(비 박근혜)계와 총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인재영입'은 불가피하다고 맞서는 친박(친 박근혜)계 간 충돌이 빚어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20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한 차례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먼저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를 전하며 "우리 당에서는 전략공천이 없는 만큼 '인재영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인재영입 대신 '인재등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도부 내 '친박'으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인재영입'이라는 표현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일순간 장내가 싸늘해졌고, 이에 김 대표는 "모두 다 좋은 이야기들"이라며 화제를 전환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투톱' 간의 이같은 균열은 회의장 밖에서 더욱 표면화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인재영입 불가론'에 대해 "당대표님은 당대표님 나름의 정당에 대한 생각, 또 선거에 대한 생각이 있고 저는 저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라면서 "인재 추천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재 영입은) 당 지도부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도권에서 증구 형태의 분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분구 지역에 좋은 인물들,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우리 당에서 추천해서 후보로 내세운다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어떤 경우라도 전략공천 없다"면서 "(따라서) 인재영입도 시스템상 안 맞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영입은 '모셔오는 것' 아니냐"고 일축한 뒤 "모셔오면 무언가 반대급부를 줘야 하는데 우리는 반대급부를 줄 시스템이 없다"며 "(다만) 인재등용 시스템이 확보돼 있다.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와서 참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