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무슬림 10살 소년 맞춤법 때문에 테러 소동

입력 2016-01-20 19:14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영국에서 10세 무슬림 소년이 학교 작문 시간에 맞춤법을 잘못 썼다가 교사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한 무슬림 출신 학생이 스스로 개발한 시계를 학교에 가져왔다가 교사가 시한폭탄으로 착각해 경찰에 신고한 일이 발생했었다. 당시에도 과잉 대응 논란이 일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이 소년을 백악관에 초청하는 것으로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서방사회의 테러 우려감에 긴장된 일상의 단면을 드러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학교 영어 수업시간에 무슬림 가정 출신의 10세 소년이 제출한 글 가운데 ‘나는 테러리스트 집에 산다'(I live in terrorist house)라는 문장이 있었다.

소년은 원래 ‘테라스 집'(terraced house·비슷한 모양의 집이 옆으로 벽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으로 영국의 보편적 주거 형태)에 산다고 쓰려던 것이었지만, 교사는 이를 실수로 생각하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교사의 신고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교내 테러 방지 관련법(Counter-Terrorism and Security Act)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학 교수와 각급 학교·보육시설 교사들에게 극단주의 조짐을 보이거나 테러 관련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보안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교사의 신고로 결국 이 소년은 지난달 7일 경찰의 신문을 받았고, 당국은 소년의 집을 수색해 가족이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까지 압수해 조사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내 최대 무슬림 단체인 무슬림위원회(MCB)의 미크다드 베르시 사무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수십 건 더 있다고 설명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