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시류에 밀린 변혁보다는 한결 같은 변화"

입력 2016-01-20 17:23
2월에 나올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
‘한결 같되 날로 새롭게’

‘포스트 백낙청’의 창비는 이런 기치를 내걸고 큰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 이후 이른바 ‘3대 문학권력’으로 지목돼온 출판사 가운데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가 지난 연말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창비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은 계간 ‘창작과비평’의 새로운 편집위원진을 발표했다. 신임 발행인 겸 편집인은 ㈜창비의 강일우(51) 대표이사가 맡았다. 그는 1993년 입사해 영업과 편집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사장에 취임했다. 편집을 총괄하는 주간은 문학평론가 한기욱(59·인제대 교수) 편집위원이, 부주간은 인문학자 이남주(51·성공회대 교수) 편집위원이 선정됐다.

창비는 표절 논란 후속 대책으로 지난해 11월 말 창간둥이 출신 편집인인 백낙청(78) 서울대 명예교수, 1985년 복간 이후 20년째 발행인을 맡아온 미술평론가 김윤수(80) 전 이화여대 교수, 10년 가까이 주간으로 활동한 백영서(63) 연세대 교수의 동반 퇴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후속 인선에 출판계의 관심이 쏠렸으나 막상 뚜껑이 열린 결과, 발행인·편집인·주간 등 3두 마차가 모두 기존 멤버에서 배출됐다. 주간 및 부주간의 임기는 3년, 편집위원 임기는 2년이다.

강경석, 백지연 문학평론가를 비롯한 상임 편집위원 6명도 모두 유입됐다. 12명의 비상임 편집위원으로는 문학평론가 한영인(32), 역사학자 김태우(41)씨가 ‘젊은 피’로 새로 합류했을 뿐이다.

한기욱 신임 주간은 “인적 구성에서 전면적인 세대교체보다는 노·장·청 조화를 택했다”며 “이는 지난 50년 체제와의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정신의 바탕 위에서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창비는 문학이 어려울수록 문학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계간 창작과비평은 기존처럼 문예지와 정론지의 성격을 겸한다는 원칙을 지키되, 문학의 중심성을 기조로 문예지의 성격을 한층 강화해간다는 방침이다. 인적 구성 뿐 아니라 계간지 성격에서도 변혁보다는 전통의 계승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역시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가 서평가·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자·영화·문화평론가 등을 새로운 편집위원으로 영입해 문학잡지에서 문화잡지로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시류에 떠밀린 개혁보다는 창비식의 변화를 택한 셈이다.

창비는 젊은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해 ‘젊은 문예지’를 하나 더 창간키로 했다. 계간 창작과비평의 특성상 트렌디한 경향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편집권은 새로 구성되는 4, 5인의 젊은 편집위원진에 완전히 위임하기로 했다. 이르면 하반기에 창간될 이 계간지는 시, 소설, 평론은 물론 르포, 만화까지 아우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