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이냐 ‘학문의 자유’냐…박유하 교수 첫 공판

입력 2016-01-20 16:58
“재판부에 사명감과 정의감이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박유하(59)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지난 13일에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도 받았다. 박 교수는 형사재판 첫 기일을 하루 앞둔 19일 법원에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이미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교수가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자발적 매춘부’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처녀’ 등의 표현을 써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박 교수의 변호인은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을 뿐이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실이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책을 쓴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법 제310조에는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박 교수는 법정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정보는 정부지원 단체에 의존하는 상황이었고, 그 단체와 가까이 있던 연구자의 생각만이 전달됐다”며 “위안부에 대한 이해, 일본의 사죄와 보상에 대한 고민이 단일화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국의 위안부’를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내 책을 읽으신 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결론 내려주면 좋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88) 이옥선(89) 할머니도 출석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