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케냐에서 버스를 납치한 뒤 크리스천들만 가려내 사살하려던 이슬람 무장단체가 있었다는 뉴스 혹시 기억나시나요?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무슬림들이 “죽이려면 우리(무슬림)도 같이 죽여라. 그러지 않을 거면 제발 그들(크리스천)을 풀어 달라”고 용감히 맞서면서 무슬림과 크리스천 모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총상을 입었음에도 이슬람 무장단체에 항의하는데 앞장섰던 케냐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 최근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더 스탠더드 인터넷판)에 따르면 케냐 북부 만데라에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살라 파라가 전날 수도 나이로비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무슬림인 파라는 지난달 21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만데라로 향하던 시외버스를 탔다가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로 추정되는 괴한들을 맞닥뜨렸습니다.
괴한들은 버스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파라 등 3명의 승객이 총상을 입었습니다. 파라는 손과 엉덩이에 총상을 입었지만 괴한들이 60여 명의 승객을 내리게 한 뒤 무슬림 승객들만 버스로 돌아가라고 하자 다른 몇몇 무슬림 승객과 함께 “크리스천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 죽여라”고 외치며 무장단체의 지시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괴한들은 시간이 지체될 것을 우려해 도주하려던 승객 2명만 사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 커다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총상을 입은 파라는 다음날 수도 나이로비의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이송돼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숨진 것입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파라는 이달 초 병상에서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종교가 다르지만 우리는 형제들”이라며 “사람들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무슬림 형제들에게 부탁건대 기독교인들을 잘 돌봐주라”며 “그래야, 기독교인들도 우리를 잘 돌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셉 보이네트 케냐 경찰청장은 파라가 진정한 영웅이었다며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러줄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의 시신은 19일 케냐 경찰이 제공한 특별기 편으로 고향인 북부 만데라로 운구됐다고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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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무장단체에 맞서 크리스천 살려냈던 무슬림 교사 사망
입력 2016-01-20 15:06 수정 2016-01-20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