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했고, 가족보다도 더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나려고 하다가 극적으로 IS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프랑스 소녀 조안나(가명·15)는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독실한 천주교 가정에서 자란 조안나는 “천주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고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슬람교로 개종했다”면서 “오직 위조여권을 만들고 시리아로 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15세 프랑스 소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친구들과 채팅하기를 좋아하지만 조안나의 경우 달랐다고 그녀의 엄마 장(가명)은 전했다. 장은 “조안나는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 속도가 빨랐고 6~7세 때 종교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왕성했다”면서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안나는 위조여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리아에 같이 갈 사람을 찾고 있는 다른 여성을 알게 됐고, 지난 해 파리 연쇄 테러에 가담한 여성과도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급진주의에 빠질수록 조안나는 무슬림이 아닌 그녀의 가족들과 멀어져갔고, 그럴수록 ‘IS 리크루터’들은 그녀를 쉽게 조종할 수 있었다.
조안나는 급진주의에 빠졌지만, 낌새를 알아챈 가족들의 만류로 다행히도 IS의 영토로 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리아로 떠난 조안나의 ‘동지’ 한나(가명)는 IS전사와의 결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적’ 취급을 받게 됐다.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괴물처럼 타인을 고문한 사람처럼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나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고, 다친 것은 오직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소녀는 프랑스 정부가 급진화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조안나는 “이슬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있지만 이제 IS와 정상적인 이슬람을 구분할 수 있다”면서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와 인터넷 없이 살고 있다. 더 이상 SNS도 하고 싶지 않다. 시리아에 가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IS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15세 프랑스 소녀…“IS는 내가 중요한 존재, 사랑받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입력 2016-01-20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