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적이고 교양 있는 국민들에 별 영향 없다” 북 공작원 접선한 범민련 간부 집행유예

입력 2016-01-20 11:33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북한을 추종하는 ‘옥중서신’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윤기진(41) 전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윤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인 2008년 4월~2010년 2월 이적표현물 30여건을 작성한 뒤 부인 황선(42)씨 등을 통해 한총련 홈페이지 등에 게시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윤씨가 작성한 옥중서신 중 ‘이명박의 역주행과 우리의 역할’ ‘선군을 알아야 북을 안다’ ‘새해전망글-이북 공동시설을 통해서 본 2008년 정세와 우리민족의 과제’ 등을 이적표현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윤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서신이 주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북한 체제와 정권을 찬양하거나 북한의 선전·선동 내용을 그대로 추종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 핵개발 등 국제정세에 관한 서신내용에 대해 “학술적 토대도 없고 논리의 비약도 심하다”며 “대한민국의 교양 있는 국민이라면 그에 전도돼 북한이나 이적단체의 주의·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세창(53) 전 범민련 남측본부 조직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2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08~2013년 범민련 행사에 참여해 북한의 대남 선전활동을 찬양·동조하고, 재일 북한 공작원과 지속적으로 연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소속된 범민련 남측본부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존재성을 오늘날 대한민국이 국력과 국민들의 지적·이성적 성숙도에 비춰 살펴보면 피고인 범행의 영향력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