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했다. 올해는 ‘국민행복 분야 업무계획’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정작 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경기도 등에선 이날부터 유치원 교사 월급이 끊겨 사실상 ‘보육대란’이 시작됐다. 정부가 국민들이 우려하는 시급한 현안을 제쳐두고 대통령 관심사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이 공동 배포한 83쪽짜리 ‘2016년 국민행복 분야 업무계획’ 책자에는 누리과정에 대한 내용이 한 문단만 언급돼 있다. 교육 분야 맨 끝인 24쪽에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조기에 완료해 안정적으로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누리과정 등 의무지출경비를 미 편성한 교육청에는 내년도 교부금을 감액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음달까지 누리과정을 현장에 안착시키겠다고 제시했다.
이들 4개 부처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는 시·도교육청의 추가 국고지원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도교육감들과 해법을 논의한다지만 정부가 양보할 의사는 없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인 복지부 방문규 차관은 “노인 인구는 늘지만 아동은 줄어들고 있으므로 교육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내국세 수입을 100으로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20, 시·도교육청이 20가량 가져간다. 지자체는 노인 복지 등 복지 수요가 증가하지만 교육청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교부금 비율을 깎지 않는 대신 남는 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라는 요구다.
하지만 시·도교육감들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근본 해법으로 ‘중앙 정부의 추가 부담’, ‘교부율 25%로 상향 조정’ 등을 제시한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부 업무보고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등 교육개혁 6대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특히 강력한 대학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2022년까지 16만명 줄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인력 분야 미스매치 해소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공학 등 인력부족분야 정원을 2만명 이상 늘리고, 사회맞춤형 학과의 학생 수를 현재 4927명에서 내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학을 성인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해 후진학 기회를 확대키로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교육부, 국민행복 분야 업무보고… ‘보육대란’ 대책은 ‘실종’
입력 2016-01-20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