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19일 대표직 사퇴 입장 발표는 어지럽게 분열된 야권의 지형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의 사퇴는 신당세력과 비주류가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해온 문 대표의 무대 퇴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포스트 문재인' 정국에서 야권이 이전보다 이합집산을 더 활발하게 벌일 공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와의 연대 불가론을 고수하면서 '국민의당' 창당을 가속화하고 있어 양측 간 세확산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더민주 내부적으로는 추가 탈당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추가 탈당이 예고된 인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 의원 등 호남권 의원 5명이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중 탈당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4명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취임하고 문 대표가 사퇴의사까지 밝힘에 따라 당 잔류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윤석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호남권 의원의 탈당 명분이 약해지고 민심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고, 박혜자 의원은 "2~3일 가량 지역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부산 3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탈당했다.
문 대표의 사퇴로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세력 확대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측 모두 호남과 중도층을 지지세 확보의 중심축에 두고 있지만 더민주가 상대적으로 진보 노선과의 결합에 관심이 있다면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로의 '우클릭'을 통한 외연 확대를 꾀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문 대표가 이날 진보 성향인 정의당,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를 연대 및 통합 대상으로 특정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후보단일화 등 연대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천 의원은 "더민주가 당의 해체에 준하는 변화로 기득권 해체를 실천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천 의원은 오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 연대와 통합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천 의원은 최근 더민주 탈당 의원들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점에 비춰 더민주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반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이명박정부의 핵심인사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영입을 추진한다는 설이 제기된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이명박정부나 새누리당 내 합리적·개혁적 보수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세 확산 경쟁은 중간지대에서 거취를 고민해온 인사들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영선 전 원내대표, 정운찬 전 총리, 정동영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역시 문 대표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온터라 문 대표 사퇴 이후 모종의 결심을 할 수 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주중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지만 주변에서는 당 잔류설이 심심찮게 나온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는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손 전 고문의 경우 특단의 사정변화가 없는 한 아직은 현실정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전주 지역구 출마설이 있지만 거취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결국 야권의 지형재편 논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 형성을 위해 얼마나 협력할지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안 의원이 통합은 물론 후보단일화 등 연대에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야권 통합에 목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문제가 호락호락 풀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사퇴 카드로 탈당 물길 막았다” 박영선. 손학규 거취만 남았다
입력 2016-01-19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