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한상진 전투...문재인·안철수 대전으로 확전” 불붙은 노선 경쟁

입력 2016-01-19 18:05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19일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측 국민의당(가칭)측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양측의 야권 주도권 쟁탈전이 야권분열 책임론을 넘어 혁신 논쟁과 문 대표 거취문제 등 해묵은 감정싸움에, '이승만 국부론' 발언을 계기로 역사인식을 포함한 이념논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선명성 강화와 외연 확대라는 상반되는 듯한 양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한치의 양보없는 '파이 키우기' 경쟁에 나선 양측의 뜨거운 노선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며칠 동안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서로 역사인식과 과거 전력을 놓고 비판을 교환하더니 이날 문 대표의 신년회견을 계기로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직접 전면에 나서 상대를 정조준하는 발언을 하며 확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 창준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국부이고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역사인식은 맞지도 않을 뿐더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말씀"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측은 "역사의 단절과 반목을 해소하려는 말인데 일부 표현만 부각해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문 대표가 "선대위가 안정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와 함께 김종인 선대위원장에 대한 전권 이양 계획을 밝히자, 안 의원은 김 위원장 영입을 겨냥,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야권 분열 책임을 놓고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문 대표는 야권 신당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기득권 정치", "지역을 볼모로 하는 구태정치"라며 야권분열 책임론을 정면 제기했다.

이에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최원식 대변인은 마포 창준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히려 (문 대표가) 기득권을 지키려다 분열이 가속화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통합을 위해 물러난다는 문 대표의 입장을 두고도 양측은 설전을 벌였다.

문 대표는 "(탈당파들이) 제가 사퇴하지않는 것을 우리 당을 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며 "제가 사퇴한다면 통합의 걸림돌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최 대변인은 "조건부 사퇴라는 뇌관이 다시 어떻게 불거져서 야권 진영을 어지럽힐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 하지는 않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문 대표가 즉각 사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야권분열로 이어진 혁신논쟁과 관련, 문 대표는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혁신을 이뤘다"며 "계파공천과 밀실공천이 불가능한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낡은 진보와 부패 등 본질적 혁신과제는 여전히 부정한 채 공천제도만으로 혁신을 했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안 의원의 혁신 과제에 동의한다고 해놓고 또 말을 뒤집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통합·연대와 관련, 문 대표가 천정배 의원측 국민회의, 정의당과의 연대를 공식 제안한 것을 포함해 국민의당과도 통합 또는 연대 의사를 밝힌데 반해 국민의당(최원식 대변인)은 "야권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반성없이 무조건적으로 연대한다면 감동을 줄 수 없고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남 민심을 두고도 양측은 양보없는 일전을 다짐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만든다면 호남 민심도 기꺼이 우리 당을 선택해줄 것"이라고 밝혔고, 국민의당측은 "우리 당 역시 반사이익에 안주하지 않고 정치개혁과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병호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민과 시대는 수구보수와 낡은진보를 혁파할 정치혁신세력의 대결집을 요구하고 있다"며 "박영선 의원과 손학규 고문은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