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여의도종합상가 5층 신동양반점. 손님이 없는 한적한 시간 중국 음식점의 한 방에선 주일예배가 조용히 시작됐다. 10여 명의 성도들은 둥그런 탁자에 앉아 파워포인트(PPT) 화면에 띄어진 자막을 보며 기쁘게 찬양했다. 박성진(55) 여의도희망교회 목사는 ‘마음이 혀를 다스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어 축복·축도 시간이 진행됐고 예배는 1시간 만에 끝났다.
성도들은 각자 준비한 밥과 반찬, 그리고 음식점에서 나온 따뜻한 짜장면 짬뽕 등을 먹으며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일주일 동안 경험한 일을 얘기하며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았고 감사제목을 나눴다. 서로 기도해주고 위로받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 공동체의 인상을 받았다. 매주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 교회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박 목사는 지난해 4월 여의도희망교회를 개척, 서울 여의도역 인근의 카페에서 예배를 드렸다. 사정이 생겨 카페에서 계속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자 11월부터 신동양반점으로 예배 장소를 바꿨다. 임대료가 부담되는 개척교회 박 목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은 ‘20년 지기’ 대만인 장국소(69·여)씨였다. 1968년 한국에 온 장씨는 중국 산둥성 출신의 남편 설영복(74)씨와 서울 을지로, 여의도 지역 등에서 40년 넘게 중국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박 목사는 “카페에서 예배를 드릴 때부터 장씨가 예배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부담을 주기 싫었다”며 “그런데 하늘의 복을 받고 싶은데 자신의 뜻을 거절하지 말라는 장씨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장씨 부부가 무료로 장소를 대여해준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부담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와 장씨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박 목사가 현대증권 재직시절 신우회 모임을 주도했을 때도 장씨가 신동양반점에서 모임을 갖도록 장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박 목사 가족은 이후 장씨 가족과 믿음의 교제를 계속 해왔다. 그러다 박 목사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2005년 미국에 유학을 갔다. 미국 뉴올리언즈침례신학대학원(M.Div.)을 거쳐 골든게이트침례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을 마친 박 목사는 20년 거주했던 서울 여의도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장씨 부부와 만났다.
장씨 부부는 현재 주일 오전 서울 영등포화교교회에서 중국인 예배를 드린 뒤 이곳에 와서 여의도희망교회 성도들과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이들에게 중국 음식도 무료로 제공한다. 매주 토요일엔 같은 장소에서 중국어 CCM을 배우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장씨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수업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장씨는 “68년부터 한국에서 살면서 숱한 고난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느꼈다”며 “희망교회의 사역에 이렇게 동참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예배 장소의 제공은 하나님나라를 위해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모든 일은 주님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하나님은 믿음 안에서 오랫동안 교제한 친구를 통해 예배 장소를 예비하셨다”며 “‘목장모임’을 통해 가정을 기도로 세우고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양육하는 사역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중국 음식점에서 주일 예배 드리는 '여의도희망교회' 이야기
입력 2016-01-19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