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원, ‘연애했다’는 이유로 피소된 아이돌 손 들어줘…“이성교제는 행복추구권, 금지는 지나쳐”

입력 2016-01-19 14:40 수정 2016-01-19 14:46
미네기시 미나미

일본에서 이성교제 금지 규약을 위반한 아이돌 가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속사에게 법원이 철퇴를 가했다.

18일 도쿄지방법원은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었던 여성 멤버(23)가 팬과의 교제를 금지한 계약사항을 위반했다며 이 아이돌의 소속사가 이 멤버와 교제 상대 남성 등에게 낸 990만엔(약 1억196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도쿄지법의 하라 가츠야(原克也) 재판장은 “이성과의 교제는 행복추구권에 해당하는 자유의 하나”라며 “아이돌이란 특수성을 고려해도 이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2012년 4월 당시 19세였던 이 여성 멤버는 “팬과 교제할 경우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무렵부터 팬이었던 남성과 교제를 시작했고 2014년 7월 소속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예정돼있던 공연에 출연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계약 위반으로 인해 신용을 잃은 것은 물론 손해를 봤다”며 이 멤버와 피해 남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아이돌의 직업적 특성상 교제 금지 조항이 경영자 측 입장에서 볼 때 일정 부분 합리성이 있다”면서도 “이성교제는 인생을 가장 자기 자신답게 풍부하게 사는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이돌이 회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고의로 이를 공표할 때에만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교제 상대 남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그는 팬의 한 사람일 뿐 회사와의 계약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이성교제 금지 규약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도쿄지법은 이성교제 금지 규약을 위반한 아이돌 그룹의 여성 멤버(당시 17세)와 그 부모에 대해 소속사에 약 65만엔(약 669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대의 아이돌 가수에게 회사가 교제금지를 계약사항에 넣는 게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일부 아이돌 멤버들이 이 조항에 대해 제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다니하라 마코토(谷原誠) 변호사도 요미우리신문에 “남성과의 교제가 (아이돌 그룹에 대한)평가를 낮췄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교제금지 규약이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3년 유명 아이돌 AKB48의 멤버 미네기시 미나미(당시 21세)가 연애 금지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 있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