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우리 회사로 영입 안 됩니까?” [20대뉴스]

입력 2016-01-20 00:05

“한국 지도자들은 왜 선수 단점만 보는가?”

“전술은 승리를 위한 도구일 뿐 결국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한다.”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남긴 어록인데요. 실용축구를 구사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에 비유해 ‘다산 슈틸리케’ 감독으로 불립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슈틸리케 감독을 향해 “우리 회사에 필요한 지도자”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슈틸리케 감독님이 선수들의 좋은 쪽을 더 많이 보라고 하셨다. 왜 한국의 지도자들은 꾸짖는 것을 먼저하고 좋지 않은 것부터 지적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좋은 점을 칭찬하고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보도가 되자 네티즌들은 “그래야 자기의 권위가 선다는 사고방식의 문제다. 단점을 지적하고 야단치고 얼차려를 줘야 지도자의 권위가 선다는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비교하면서 자존감을 높인다” “학연과 지연으로 본인의 식구들을 챙기려면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단점을 찾아야되니까 그렇다. 전세계 유일무이하게 타인의 단점을 좋아하는 민족성을 갖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서구의 실용주의 사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생각은 재계에서도 환영을 받았는데요. 전경련의 33대 회장인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실력으로만 판단해 인재를 발굴하고 수평적 소통으로 팀워크를 다지면서 상황에 맞는 창의적 전술로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며 자리에 모인 임원들에게 슈틸리케 감독과 같은 리더가 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는 공염불에 그치라고 있는 듯 합니다. 인재의 실력이 판단되는 자리는 “누가 술을 잘 마시고 나를 잘 따르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회식자리에서 뿐입니다. 수평적 소통이란 지도자가 주관적인 답을 내려놓고 구성원이 이를 맹목적으로 따를 때 가능합니다. 팀워크는 근로수당에도 찍히지 않는 초과근무를 할 때 달성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창의력이 발현될 순간은 있습니다. 폭탄주를 제조할 때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