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상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입력 2016-01-19 11:12

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데 밖에서부터 김치찌개 남새가 진동했다. 아내가 김치찌개를 끓이는 중이었다. 벌써 내 배는 어서 빨리 김치찌개를 넣어달라고 난리다. 아내의 그 마약 김치찌개에 대한 기억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평소와는 다르게 김치찌개에 자꾸 무엇인가를 더 넣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평상시의 김치찌개 냄새와는 다른 무슨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고, 아내는 그 냄새를 없애려고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는 중이었다. 알고 보니 지난번에 손님들을 대접하고 남은 돼지고기가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는데 그걸 넣었던 것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먹을 만한 것 같아 넣었는데 그 돼지고기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이 역겨울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김치찌개의 양이 원래 계획한 것보다 두 배가 돼버렸다.

김치찌개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아내는 김치찌개를 만들어놓고도 아예 손도 안 댔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무조건 맛있게 먹는 것이 내 철칙인지라 나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아깝지만 그냥 버릴까요?” 묻는 아내에게 “걱정하지 마. 내가 다 먹을 게”라고 말했다. 먹다보니 냄새가 조금 무뎌지는 것 같기도 했다. 강한 신 김치의 맛이 어느 정도 내 미각을 자극했기 때문에 코만 조금 무뎌지면 크게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없었고 겨우 의무방어만을 한 채 저녁식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한 그릇을 비우고 또 가서 김치찌개를 더 덜어 와서 먹었을 텐데 말이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한 번 그 김치찌개에 도전해보려 했는데 강한 역겨운 냄새 때문에 손도 대지 못하고 그냥 다른 반찬만 몇 점 집어먹고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안되겠어요 그냥 다 버려야할것 같아요. 그래도 어제 저녁 당신이 잘 드시던 것 같아 의견을 다시 들어보려구요.” 나도 대답했다. “응. 하하 그냥 버리세요.” 상한 돼지고기는 처음부터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유명한 명 쉐프 집밥 백선생이 와도 안 되는 것이었다. 괜히 아까운 김치를 버렸고 냄새를 중화시킨다고 이런 저런 재료만 함께 버리고 만 것이다. 변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만 맛을 아는 건 아닌데, 괜히 상한 음식으로 무언가를 만들려다가 다른 멀쩡한 것들까지 버렸다. 가능성이 없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변인지 된장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과 된장이야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것들은 변처럼 보이지만 된장인 경우도 많고 된장처럼 보이지만 변인 경우도 많다. 성경은 우리에게 권고한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장 9절). 역한 냄새가 진동할 때 우리 마음은 무너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선을 행할 때 결국 열매가 맺힐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이것은 마른 뼈들도 살아나게 하셔서 군대를 만드신 그 주님의 약속이다. 사실 하나님의 은혜는 변과 같은 우리들을 된장으로 만들어 주셨다. 냄새나고 더러운 죄악덩어리 일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구원받은 존재로 새로 태어났다.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려주심으로 우리의 죄악을 제거하셨고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셨다. 특상품 된장으로 새롭게 포장돼 세상이라는 맛집의 일품요리로 선한 크리스천의 맛을 내는 아름다운 성도로 살아가야할 일만이 이제 우리가 할일이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