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방치로 숨진 부천 초등생 최모군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와 유사한 증상이 있음에도 학교와 지자체, 가족이 모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군의 아버지도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장애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허술한 관리시스템과 가정 내에서 끊이지 않는 폭력대물임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최군은 학교에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와 유사한 행동으로 급우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상황이 반복돼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군 부모는 병원에 찾아가 도움을 받지 않고 이를 장기간 방치해왔다.
전문가들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는 부모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곤 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당시 조기에 장애증상을 발견했다면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숨진 A군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다친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면서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군 어머니는 부모는 있지만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모두 방치와 방임 등의 성장기를 거친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을 산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 부모 모두 자녀에 대한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A군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들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애아 부모들은 “자녀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있을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가 과도하게 혼을 낼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을 투입해 A군 부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A군 아버지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서 과도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요구 받으며 자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수년간 집 냉장고에 보관해온 부모에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 부천시는 이날 A군이 살던 지역을 담당한 원미구 심곡3동 주민자치센터가 교육당국의 거주 확인 요청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은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부천 초등생 사건은 '아이의 과잉행동 장애 방치'와 '아버지의 폭력대물림'이 빚은 참사
입력 2016-01-18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