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한 성당 앞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성당 입구에는 형형색색 옷을 입은 강아지와 고양이, 이구아나와 너구리 등이 주인의 손에 이끌려 줄지어 있었다. 이날 신자들은 ‘동물의 수호자’로 알려진 성 안토니우스의 날을 맞아 각자의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이 축복 받도록 하기 위해 성당에 데리고 나온 것이다.
성 안토니우스는 천주교에서 ‘모든 수사들의 교부(敎父)’로 불리는 이집트 출신의 성인이다. 생전에 동물들을 아꼈다고 알려져 동물의 수호자로도 불린다. 19세기 무렵부터 그를 기념하는 1월17일에는 매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비롯해 지중해 연안 발레아릭 군도와 북부 도시 부르고스에서 ‘동물 축도’를 비롯한 행사가 치러진다. 축도를 받는 주인과 동물은 각각 세 번 성수가 뿌려지는 의식을 치르고 축복의 징표로 동전 한 닢을 낸다.
이날 마드리드의 성 안톤 성당 앞에선 토끼 비둘기 너구리 여우 등 갖가지 애완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기르는 래브라도 레트리버를 데리고 줄에 선 블랑카(54·여)는 “워낙 동물 축도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항상 이렇게 기다려야 한다”면서 “매년 축도를 받아야 기르는 동물이 더 오래 산다”고 답했다. 평생의 반려자인 동물들이 장수하는 게 주인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전날인 16일 밤에는 또 다른 볼거리도 있었다. 성 안토니우스의 날을 맞아 치러지는 ‘루미나리아스’ 축제를 기념해 말을 탄 기수가 모닥불을 뛰어넘는 의식이다. 스페인 중부 아빌라의 성 바르톨로뮤 마을에서 500여 년 동안 지속되어온 이 행사에는 동물들을 ‘정화’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우리 강아지에게도 축복을... 애완동물에게 축도하는 스페인 성당
입력 2016-01-18 11:30 수정 2016-01-18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