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화폐로 각광받는 ‘비트코인’(Bitcoin)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국의 세계 최정상급 개발자가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했다. 더 이상 개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영국의 저명 비트코인 개발자 마이크 헌이 최근 블로그 사이트인 ‘미디엄’(Medium)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며 관련 업계를 떠날 것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헌은 성명을 통해 “기초 여건(펀드멘털)이 깨졌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든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것”이라며 “가진 모든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더 이상 비트코인 개발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개발 업계는 통화량 증가를 위한 대비책과 관련해 현재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과 기존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초기부터 1MB로 제한된 거래의 기본 단위 ‘블록’을 더 키워야 거래 정체와 부정행위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돼 온 것이다.
헌은 또 다른 주요 개발자 개빈 앤드리슨과 함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들은 지난해에 블록 사이즈를 8MB로 키운 개정판 ‘비트코인 XT’ 버전을 발표한 뒤 변화에 반대하는 다른 개발자로부터 강한 비판에 시달려왔다. 금융 당국의 화폐 발행 독점과 통제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의 정신이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와 이에 따른 접속점의 중앙집중화 가능성 때문에 망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각종 자산시장의 부진에도 홀로 37%가량 가격 상승을 보이며 상승세를 타던 비트코인은 지난주 가격 급락으로 위기설을 맞았다. 곧이어 뒤 따른 이번 결별 선언으로 점차 한계 국면을 맞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이 종말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WSJ는 “비트코인의 사망선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것이 이전과는 차이”라고 설명였다.
비트코인은 2009년 발행을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 디지털 화폐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매우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작동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MIT 라이선스를 적용, 오픈소스로 공개돼 누구나 ‘채굴’할 수 있는 자산으로 주목받아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비트코인 열풍 끝나나…유력 개발자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 선언
입력 2016-01-18 11:32 수정 2016-01-18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