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을 떠날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조율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문 대표가 사퇴하면 그동안 탈당 명분으로 내세운 "문 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데다 최근 더민주가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추가 탈당이 예상되는 호남권 의원들이 당 잔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탈당 기류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영록 박혜자 이개호 의원이 전날 만나 탈당 결정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탈당할 가능성이 거론됐고 박 의원도 18일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탈당 시기를 결정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 사퇴가 우리의 요구 사항이었다"면서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주변의 많은 정치선배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견을 조율하고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탈당 기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번 주 탈당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윤석 의원도 "문 대표가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호남 민심이 변화를 보이는 것과 관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이윤석 의원은 이날 서울에서 권노갑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만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두 의원에게 "탈당 시기는 며칠 더 여론을 지켜보라"고 말하면서 당에서 나오더라도 안철수 신당이 아닌 제3지대에 머무르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탈당한 권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탈당 결심을 미룬 배경에는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더민주 지지율이 32%로 안철수 신당(30%)을 소폭 앞서는 등 호남 민심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또 안 의원 측이 '현역 의원과 공천은 별개'라는 입장까지 취하면서 자칫 탈당했다가 신당에도 합류 못 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탈당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조율한다는 지적에 "자기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나는 나간다. 상황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막는 것이 다른 호남권 의원의 당 잔류 결정을 끌어내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 박 전 원내대표 설득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실제 이날 박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시일에 만나자고 요청하는 등 박 전 원내대표 붙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사퇴 카드에 호남 의원 탈당 러시 주춤?” 박지원, 탈당 결행 의지
입력 2016-01-18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