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고위직이거나 범죄 금액이 많을수록 약하게 처벌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17일 대검찰청이 지난해 영남대학교에 의뢰해 받은 ‘횡령·배임범죄에 관한 양형 기준의 적용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횡령·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표이사 등 기업 최고위직 중 72.6%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 비율은 27.4%였다. 2009~2013년 사이 횡령·배임 유죄 1심 판결 1994건을 분석한 결과다. 임원 등 일반 고위직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은 67.8%였다. 중간직은 62.6%, 하위직은 52.0%로 비율이 점점 내려갔다. 보고서는 “최고위직의 경우 다른 직위에 비해 집행유예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횡령·배임 범죄 액수가 높을수록 집행유예 선고 비율도 높았다. 선고형량 36개월 이하 사건 중 범죄액수 300억원 이상 사건의 피고인 11명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득액 1억원 미만 피고인은 64%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피해자와 합의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경우 집행유예 비율은 97.4%였다. 피해액이 상당 부분 회복된 경우 97.1%에 달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개별 사건의 쟁점, 죄질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고위직이라는 이유로 선처 하는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며 “기업 회생을 위해 계열사를 지원하다 배임을 저지른 경우 피해액이 회복되면 선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기업 횡령·배임죄, 고위직일수록 범죄액 클수록 선처 경향”
입력 2016-01-17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