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16일(현지시간) 직접 미국 미시건주 플린트시에서 개최된 시위에 참가했다고 미국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가 보도했다. 미국의 허술한 총기 관리를 다룬 영화 ‘볼링 포 콜롬바인’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식코’를 비롯해 다수의 문제적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끈 그가 이번에 발끈하고 나선 문제는 ‘물’이다.
그가 시위를 벌인 플린트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인구 10만 규모의 공업도시로 지난 1일부터 납 중독 확산에 따른 주 차원의 비상사태가 선포된 곳이다.
현지의 납 중독은 수돗물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납에 중독된 수돗물이 레지오넬라균 등 유해균과 납 성분을 확산시키고, 사람들이 이 물을 접하면서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거나 납 중독에 따른 신체 이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균에 감염된 사람은 87명으로 이 중 10명은 사망했다.
플린트 출신이기도 한 마이클 무어는 집회장에 나와 “언론들이 이번 사태를 ‘물 사태’라고 표현하고 있고, 물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표사하고 있는데 이런 보도는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재난이나 사태가 아니라 사람에 의한 ‘인재’이기에 ‘죽였다(kill)'는 표현을 쓰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 플린트시는 기존 디트로이트시 후론 호수에서 플린트 강으로 수원지를 바꿨다. 이후 납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게 됐다. 마이클 무어는 이에 대해 “돈을 아끼려고 수원지를 바꾼 것”이라며 “돈을 아끼려는 정치적, 정책적 결정이 사람을 죽인 사건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기에 ‘킬링’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정책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납 중독의 피해를 더 봤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설을 할 때 시민들이 한가득 에워쌌으며, 현지 언론들도 그의 주장을 취재하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납 중독은 플린트 강물의 특성과 수도관의 납 성분이 접촉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납 문제는 공장들에도 악영향을 줘 현지에 공장을 둔 제너럴모터스(GM)는 수돗물 수원지가 플린트 강으로 바뀐 지 6개월 만에 수돗물 때문에 기계에 녹이 생긴다며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납 중독은 특히 아동들에게 큰 피해를 남길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지에는 6세 이하 아이가 8657명 살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토요일에 시위에 뛰어든 까닭은
입력 2016-01-17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