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서비스에 이어 금융권에 ‘로보어드바이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탐색전을 끝낸 증권사들은 서비스를 구체화해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PB(프라이빗뱅커) 대신 컴퓨터 시스템이 시장 환경에 맞게 자산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것은 NH투자증권이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QV(큐브)로보 어카운트’를 출시했다. NH가 직접 만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투자조건을 입력하면 고객 각자에 맞는 투자전략을 추천하고 상황이 변했을 경우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투자전략을 바꾸고 고객에게 안내한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QV로보 어카운트 설계 메뉴에 들어가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투자 전략이 도출된다. 기자의 경우 나이(31~40세), 투자 시 감내 가능한 손실수준(원금 20% 이내), 목표수익률 범위(원금기준 ±10%), 과거 투자했던 상품군 등을 입력했더니 ‘적극투자형’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이어 최초 투자금액 500만원, 매월 투자금액 20만원, 투자 기간 1년을 설정하고 목표금액을 800만원으로 잡자 바로 전략이 제시됐다. 목표금액을 터무니없이 잡을 경우 재설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NH투자증권의 서비스는 최소 금액이 250만원으로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 기준보다 훨씬 낮다. 일임형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일임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QV로보 투자가 가능한 계좌를 개설해 추천된 전략에 따라 운용하면서 매매수수료만 내면 된다. 다만 아직 상장지수펀드(ETF) 3가지에 밖에 투자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NH는 향후 투자 가능한 자산 종목을 늘려갈 방침이다.
KDB대우증권은 다음 달 중순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을 열 예정이다. 국내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한 곳에 모은 뒤 고객이 자신의 투자 니즈에 맞는 업체를 골라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8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참여 업체를 늘려갈 계획이다. 일임형 상품인 대우증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운용방식과 수익률 등이 고객에 따라 다르다”며 “다양한 투자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결과 같은 고객에 대해서도 각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 마다 서로 다른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고객이 먼저 업체를 선택해 전략을 받도록 하거나 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경우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맞는 업체를 연결하는 방식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4일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핵심기술인 ‘투자성과 검증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올 1분기 중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현대증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을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들도 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상품을 내놓고 있다. 쿼터백 투자자문은 최근 KB국민은행과 투자자문 계약을 맺고 자문형 신탁상품을 판매에 들어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각양각색 로보어드바이저 눈에 띄네…금융권 본격 경쟁
입력 2016-01-17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