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교회에 생긴 높이 16m ‘유리구두’ 그 정체는?

입력 2016-01-17 14:55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

대만에서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유리구두’를 형상화한 교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만 남서부 자이(嘉義)시에 위치한 높이 16m의 이 교회는 시 당국이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존 교회 부지에 새로 지은 건축물이다. 파란 색조를 입힌 유리판 320개를 이어 붙여 만든 이 건축물은 지난해 6월 착공해 중국의 춘절(새해)에 해당하는 다음달 8일 공식 개장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 대신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십자가나 성경 대신 교회 안에는 단풍잎 등 여성을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을 비롯해 ‘연인들을 위한 의자’, 그리고 비스킷과 케익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자이시의 관광여가분야의 판슈에이핑 주임(여)은 “여자들도 한번쯤은 유리구두를 신은 신부를 꿈꾸지 않느냐”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행복하고 로맨틱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BBC에 말했다.

시 당국이 이곳에 ‘유리구두’ 교회를 짓기로 한 데는 사연이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1960년대 이 지역에는 왕씨 성을 가진 한 가난한 여성이 살았는데, 24세 나이로 흑족병(blackfoot disease)에 걸리고 말았다. 대만 남서부에서 유행하던 흑족병은 오염된 우물에 의한 비소 중독 등의 증상으로 손발이 검게 썩어 들어가는 병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녀는 그로 인해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결국 파혼당하고 말았다. 이후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이곳에 있던 작은 교회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유리구두 모양의 디자인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네티즌들은 “모든 여성들이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거나 “동화를 따라한 것 외에 이 건축물이 어떤 특징이 있냐”는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반면 “어쨌든 여성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지를 개발하는 건 좋은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