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타깃 테러, 전 세계로 확산, 아프리카서도 프랑스인 등 29명 사망

입력 2016-01-17 11:00
부르키나파소에서 테러 뒤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뉴욕타임스 캡처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한 고급 호텔과 카페에서 15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인질극이 발생해 외국인 등 29명의 사망자를 내고 하루 만에 진압됐다. 민간인을 테러 대상으로 겨냥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가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사망자는 모두 18개국 출신으로, 내국인보다 유럽 출신 등의 외국인 인명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 가운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 정부 군과 인근 말리에서 급파된 프랑스 군이 인질극 발생 다음 날인 16일 인질범 4명을 사살하고 이들이 장악했던 스플렌디드 호텔과 인근 카푸치노 카페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군은 스플렌디드 호텔에서 대치하던 젊은 테러범 3명을 사살한 뒤 인질로 잡혀 있던 126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후 인근 호텔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른 테러범 1명을 발견하고 추가 사살했다. 사살된 테러범 최소 4명 중 1명은 여성으로 알려졌다.

부르키나파소 안보장관은 사건 종료 후 사망자가 29명, 부상자가 최소 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프랑스인 2명도 포함됐다고 BBC는 전했다.

스위스 외무부도 이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자국민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인질극은 지난 15일 저녁 무장괴한 4명이 와가두구 중심부에 있는 호텔과 카페에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시작됐다. 이 호텔은 유엔 직원과 유럽인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4성급 호텔로, 아프리카에 배치된 프랑스군 병력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괴한들은 호텔로 진입하면서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이어 카푸치노 카페에서 벌어진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순식간에 10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는 이 사건 직후 “프랑스와 못 믿을 서구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번 범행을 자신들의 소행으로 자처했다고 테러감시단체 SITE는 전했다.

AQIM은 지난해 11월 이웃국 말리 수도 바마코의 고급 호텔에서 발생한 유혈 인질극이 자신의 연계단체인 알무라비툰과 함께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당시 인질 사건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 20명이 사망했다.

알카에다는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경쟁적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군부대나 경찰 등 공권력이 아닌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양상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