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사과 영상이 뭐길래?” 대만 첫 여성총통 당선 후 언급

입력 2016-01-17 10:29 수정 2016-01-17 16:31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국민일보 DB
대만의 첫 여성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59) 민주당 주석이 당선 직후 ‘쯔위 논란’을 재차 언급했다.

차이 당선인은 투표 직후 “대만 국기를 흔든 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선 직후엔 “자신이 총통으로 있는 한 그 어떤 국민도 대만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억압은 양국(중국과 대만)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차이 당선인은 현지시간으로 16일 밤 천젠런(64) 부총통 당선인과 함께 민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쯔위 논란을 언급했다.

쯔위 논란은 한국의 다국적 걸그룹인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17)가 지난해 11일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대만 독립 운동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중국 팬들이 트와이스를 보이콧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자 결국 쯔위는 지난 15일 유튜브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1분27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쯔위는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17일 현재까지 484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소속사 대표인 JYP의 박진영(44)도 같은 날 공식 사이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쯔위의 중국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야당인 민진당은 쯔위 국기 논란을 대만 독립 논쟁을 부치기는 소재로 활용했다. 덕분에 쯔위는 이번 대선에서 최대 쟁점 인물로 급부상했다. 대만에선 쯔위의 사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만 현지 언론은 쯔위 사건이 이번 총통선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차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대만인들은 선거를 통해 역사를 썼고 총통 직선제 이래 세 번째 정권교체를 이뤘다”면서 “오늘 선거 결과가 바로 대만 민의가 반영된 것이며 이는 중화민국이 하나의 민주국가라는 점을 2300만 대만 인민이 이를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쯔위 사건을 언급했다. 차이 당선인은 “지난 이틀간 한 건의 뉴스가 대만 사회를 뒤흔들었다”면서 “한국에서 성장하는 한 대만 연예인, 그것도 16살 밖에 안 된 여성이 중화민국 국기를 들고 있는 방송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고 말했다.

“쯔위 사건은 당파를 불문하고 대만 인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는 그녀는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대해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차기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영원히 일깨워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당선 소감 발표 후 그녀는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 “한 국가의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정당한 권리”라면서 “그 누구도 국민이 자신의 국가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억압할 수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소식을 접한 전 세계 팬들은 쯔위가 무슨 죄냐며 논란 자체를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한국 예능 미방송분에서 대만국기를 잠깐 흔들었다고 중국과 대만이 싸우다니, 나비효과 대단하다”고 지적해 많은 공감을 샀다. 다른 네티즌도 “한 국가의 국민이 자신의 나라에 국기를 흔드는 것은 존중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라며 중국 여론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