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학교 장기결석 상태로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인천의 ‘체중 16㎏’ 여자 초등생 사건 이후 정부가 장기결석자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4년째 결석 중인 남자 초등생이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 부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숨진 초등생 A군(2012년 4월 장기결석 시작 당시 7세)이 다니던 경기도 부천 S초등학교는 A군이 4년 가까이 결석하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장기결석자 전수조사차 파견된 장학사가 지난 13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틀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들 시신을 3년2개월간 냉동실에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15일 사체 손괴 및 유기 등의 혐의로 A군의 아버지 B씨(34)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머니 C씨(34)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군도 부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버지 B씨로부터 “2012년 10월 초순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앞으로 넘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으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한 달간 방치해 11월 초순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B씨는 “아들의 시신을 토막 내서 비닐에 넣어 (집에 있는) 냉동실에 보관해 왔다”고 진술했다.
교육 당국이 A군을 찾아 나선 것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3년9개월, 토막 시신으로 냉동실에 넣어진 지 3년2개월 만이었다. 장기결석자 전수조사를 위해 S초등학교에 파견된 부천교육지원청 안영길 장학사는 “A군 소재 파악을 위해 어머니 C씨에게 전화했는데 만나길 거부하고 회피했다. ‘2012년 가출해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기에 확인해보니 거짓말이었다”며 “14일 오전 경찰관 3명,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2명, 학교 관계자 2명 등 8명이 가정 방문을 했을 때도 C씨가 횡설수설해 더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A군 시신을 발견한 것은 아버지 B씨 지인의 인천 집에서였다. 가방에 담긴 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아내로부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15일 오후 아들 시신을 지인 집에 옮겼다”고 진술했다. B씨 지인은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B씨는 “아들을 죽이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살해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부검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결석자 중 250여명 ‘신변 우려’
교육 당국의 확인 결과 아버지 B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직업도 없었다. 어머니 C씨는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2005년 5월 출생신고가 됐는데, 두 사람의 혼인신고는 2005년 8월에 돼 있었다. A군에게는 초등학생인 여동생이 있다. 당국 관계자는 “부모를 만났을 때 딸에 대해선 애착을 보였는데, A군에게는 그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A군은 2012년 입학 후 한 달여 만인 4월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2013년 7월~2015년 11월)에 장기결석하며 집에서 학대받다 탈출한 ‘16㎏ 여아’ 사건이 아니었다면 계속 ‘장기결석자’로 남았을 수 있다.
장기결석 전수조사는 지난해 12월 20일쯤 착수됐다. 교육부는 장기결석자 중 신변 위험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을 초등학생 110여명, 중학생 14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현재는 어린 학생이 장기결석을 하더라도 대응 시스템이 미흡하다. 학교는 학생이 7일 이상 별다른 사유 없이 결석하면 가정에 “학교에 보내라”는 독촉장을 2회 발송하는 게 전부다. 이후에도 결석하면 학교는 주민센터에, 주민센터는 교육청에 통보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상 담임교사가 가정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가 가정에 없으면 손쓸 방법이 없었다. 실종신고도 못하게 돼 있었다. 3개월 이상 결석하면 유예처분을 받고 ‘정원 외’로 관리된다. 교육청에선 이런 아이들 숫자만 관리한다.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담임교사도 실종신고를 할 수 있게 규정을 손질할 방침이다.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부천에 A군 말고도 소재 파악이 안된 아이가 1명 더 있다. 이민 갔다고 하는데 출입국관리소에서는 확인을 못해주겠다고 해서 지금 소재가 확인 안됐다.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이도경 김판 기자 yido@kmib.co.kr
‘엽기 방관 한국’ 4년 장기결석 초등생 훼손 시신으로 발견
입력 2016-01-16 00:34 수정 2016-01-17 18:12